[잠깐 읽기] 시의 황금기 당나라 5만 수에서 가려뽑은 100수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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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백수/송재소

중국문학을 시대별로 개괄할 때 ‘한문(漢文)’ ‘당시(唐詩)’ ‘송사(宋詞)’ ‘원곡(元曲)’ ‘명청소설(明淸小說)’을 차례로 들먹인다. 이중 ‘당시’는 시의 황금기가 당나라 때였다는 거다. <당시 일백수>는 한문학을 유려하게 번역하는 송재소가 당시 5만 수 중에서 빛나는 100수를 가려 한데 묶은 책이다. 번역과 주석, 해석을 달았다.

당시는 300년 역사를 헤아리지만 4개 시기로 구분된다고 한다. 초당(初唐) 100년은 위진남북조 시대의 유미주의와 경박함을 벗어나던 시기였다. 성당(盛唐) 50년은 왕유의 산수전원시파와 고잠으로 대표되는 변새시파(邊塞詩派, 변방과 전쟁을 노래)로 나뉘면서 이백과 두보에 의한 시의 절정기를 구가한다. 중당(中唐) 70년은 백거이 유우석 이하 등이 성당의 시와 충분히 겨룰만한 경지를 개척했고, 만당(晩唐) 70년은 다시 유미주의로 빠지는데 이상은과 두목으로 대표된다고 한다.

이백은 자신을 알아주지 못하는 시절 앞에서 술과 낭만으로 내달렸다. 유명한 ‘장진주’에서 그는 ‘금 술잔, 달 앞에서 헛되게 하지 말라//하늘이 날 낳을 땐 쓸모가 있었을 터’라고 노래했는데 그의 쓸모는 벼슬 등용에 있지 않았고 시의 절정을 그리는 데 있었다. 두보의 시는 당대 사람들 삶의 목소리가 낱낱이 담겨 ‘시사(詩史)’의 면모가 짙다. ‘죽은 아들은 영영 끝나버렸죠//집안에는 (중략) 젖먹이 손자만 있을 뿐이요’라고 호소하던 당나라 할머니의 목소리마저 생생하다. 송재소 역해/돌베개/492쪽/3만 3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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