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래시 규탄' 해운대 여성시위에 '남성연대' 맞불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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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해운대 구남로에서 신 남성연대 관계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11일 해운대 구남로에서 신 남성연대 관계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11일 부산 해운대서 진행된 '백래시 규탄' 시위에 '신 남성연대' 관계자들이 맞불 시위를 놓아 일대에 소란이 벌어졌다.

전국 릴레이 백래시규탄시위팀 '해일'은 이날 오전 10시 해운대구 구남로 문화거리에서 시위를 열었다.

'백래시'는 특정한 이념이나 행동에 대한 강한 반발을 뜻하는 단어로, 최근엔 성평등 및 젠더 운동 등의 흐름에 반대하는 운동·세력을 가리킬 때 주로 사용된다.

수십명 규모의 여성 시위대는 이날 '악성 남초 커뮤니티를 규제하라' 등 현수막을 내걸고 "허상의 메갈찾기 마녀사냥 그만해라" "진짜 사회악은 여성혐오다" 등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해일' 측은 또 '백래시의 주범인 악성 남초 커뮤니티와의 전면전을 선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우리는 여성의 안전과 생존을 위협하고 여성혐오 행위가 성행하는 남초 커뮤니티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남초 커뮤니티를 방패삼아 언론과 정치권은 이들의 여성혐오적 행태를 무비판적으로 단순 전달하기에 바쁘다"면서 "남초 커뮤니티가 촉발한 왜곡된 반페미니즘 정서를 백래시라는 이름으로 승인하는 언론, 온라인 커뮤니티, 기업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시위 '해일' 해운대 시위 포스터. 해일 공식 SNS 캡처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시위 '해일' 해운대 시위 포스터. 해일 공식 SNS 캡처

그러나 이 시위에 '신 남성연대'가 맞불을 놓으며 양측 집회로 인해 한때 구남로 일대에 소란이 벌어졌다.

실제로 이날 시위 현장 인근에는 승합차와 확성기를 동원한 신 남성연대 측 시위대가 등장했다. 망사 스타킹에 가발을 쓰거나 텔레토비 캐릭터로 변장한 남성연대 관계자들은 마스크를 벗은 채 확성기를 통해 "여가부 해체" 등 구호를 외쳤다.

남성연대 측이 올린 유튜브 생중계 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경찰들이 편파적이라고 비난했다.

경찰은 소음을 줄여달라고 수차례 요청하고 경고했지만 확성기를 이용한 구호는 계속됐다. 남성연대 측은 중재에 나선 경찰관에게는 "아무리 여가부가 무섭고 민주당이 무섭고 정치권이 페미들 쪽이라 한들 이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은 결국 "96.7㏈로 소음 기준을 초과해서 사용중지 명령한다"며 집회를 잠시 중단시켰으나, 남성연대 측은 이후에도 "왜 저쪽은 안 막고 우리만 막느냐"고 거듭 항의했다. 해운대 경찰 관계자를 겨냥해서는 "내 모든 걸 걸고 징계 때릴거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남성연대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여성 시위 참가자들의 사진을 SNS 계정과 함께 유포하며 외모를 평가하거나 비하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일의 향후 시위 일정을 공유하며 계속 맞불을 놓자는 글도 있었다.

남성연대 유튜브 채널에는 시위 중단을 요구했던 해운대 경찰서 관계자의 실명을 언급하며 비난하는 댓글이 쏟아졌다.

또 해운대 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에는 "편파적인 시위 방해 잘 봤다" "해운대 경찰 관계자에게 중징계를 내려달라" "경찰이 부끄럽다" 등 비판적인 민원이 이어졌다.

이에 해일 측이 맞불 차원에서 경찰에 감사를 표하는 글을 작성하면서 온라인 공간에서도 대치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해운대 경찰서 홈페이지 캡처 해운대 경찰서 홈페이지 캡처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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