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 만든 나홍진 감독의 팬…한국 개봉해 흥분되고 영광스러워”
14일 개봉 영화 '랑종'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태국 산골 마을 배경 신내림 대물림 다뤄
다큐 형식으로 공포감과 리얼리티 강렬
영화 '랑종'은 '곡성'을 만든 나홍진 감독과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협업해 완성한 작품이다. 사진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쇼박스 제공
“나 감독님이 영화의 모든 신에 강력한 힘을 불어넣어 주셨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많은 걸 배웠죠.”
공포 영화 ‘랑종’을 만든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42) 감독은 나홍진 감독과의 협업을 이렇게 돌아봤다. 14일 개봉한 이 영화는 태국의 한 산골 마을에 사는 한 가족에게 신내림이 대물림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담는다. 영화 ‘곡성’과 ‘추격자’ 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원안을 쓰고 제작을 맡아 공개 전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반종 감독은 최근 온라인 화상 인터뷰에서 “나 감독의 열렬한 팬이었다”며 “이번 작품도 기존의 호러 영화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공포물이라 느껴 기쁜 마음으로 협업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 ‘랑종’은 태국의 한 산골 마을에 사는 한 가족에게 신내림이 대물림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담는다. ‘랑종’ 스틸 컷. 쇼박스 제공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1년여 간 태국 곳곳을 다니며 토속 신앙과 무당을 조사했다. 사진은 ‘랑종’ 스틸 컷. 쇼박스 제공
영화의 제목인 ‘랑종’은 태국어로 무당을 뜻한다. 영화의 배경인 태국 이산 지역은 산과 나무, 집 등 존재하는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마을이다. 반종 감독은 이 마을에서 가문의 대를 이어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렸다. 덕분에 사실감과 공포감이 극대화돼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호러 영화 ‘셔터’와 ‘피막’ ‘샴’ 등로 일찌감치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던 반종 감독은 “‘샴’ 이후 호러 영화에 회의를 느껴 오랫동안 공포물과 멀어져 있었다”며 “그때 가장 흥미롭게 본 영화가 ‘곡성’이었다. 귀신이 없어도 영화의 분위기에서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게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는 “존경하는 나 감독이 계속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압박감이 있었다”며 “나 감독님과 온라인으로 촬영본을 주고받으며 작업했는데, 촬영본을 보내기 전에 항상 부족한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다”고 웃었다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호러 영화 ‘셔터’와 ‘피막’ ‘샴’ 등로 일찌감치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쇼박스 제공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 쇼박스 제공
반종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며 약 1년간 태국의 곳곳을 다니며 토속 신앙과 무당에 대한 정보를 조사했다. 감독은 “이상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등은 태국에서 만난 서른 명의 무당들의 이야기에서 콘셉트를 얻었다”면서 “저는 무당을 믿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을 접한 적이 있다”고 했다. 영화 공개 이후 자극적인 장면으로 일각의 우려를 산 데 대해선 “인간의 악(惡)과 원죄라는 영화 메시지와 스토리를 전달하려면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며 “나이를 먹으면서 신앙 등 믿는 것에 대해서는 점점 의구심이 더 생기지만 인간의 악행은 또렷해지고 명확해지는 것 같다”고 답했다.
반종 감독은 태국어로 제작된 태국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해 영광이라고 했다. 감독은 “마치 관객들이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작품을 만들었다”며 “서서히 소름이 돋고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관심을 당부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