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79) 베이비페이스 ‘MTV Unplugged NYC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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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게 ‘탤런트’가 대단하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를 검색해 보면 재능이나 재주가 뛰어난 사람에게 이런 수식어를 붙이고는 하는데요. 예전에는 가수하면 노래를 잘하는 사람, 피아니스트라고 하면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이 떠오르는 등 상당히 단편적인 이미지나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음악가들에게 이러한 단편적 수식어가 무색해지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노래를 잘 부르면서 피아노를 멋지게 연주하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며 멋진 안무로 춤을 선사하고, 드럼을 연주하며 멋진 음악을 작곡하는 등 하나의 포지션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그야말로 ‘음악가의 다재다능함’이 익숙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 ‘다재다능함’이 반드시 미덕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양한 재능도 좋지만 하나의 분야에 집중된 에너지가 주는 음악적 감동 또한 정말 멋지기 때문이지요. 어떤 것이 더 아티스트에게 나은 장점인 것인가는 시대에 따라, 또 개인에 따라 다를 테지요. 저에게는 음악가의 빛을 발하게 하는 ‘탤런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바로 베이비페이스(Babyface)입니다.

베이비페이스는 1980~90년대의 빌보드 차트를 살펴보면 자넷 잭슨과 함께 굉장히 인상 깊이 다가오는 아티스트이기도 한데요. 예전 MTV의 언플러그드 라이브를 우연히, 오랜만에 다시 접했습니다. 지금의 시점에서 다시 봐도 그의 다재다능함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아주 다양한 색깔의 크레파스 상자를 열었을 때의 탄성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그가 만드는 멜로디의 걸출함은 예전의 글에서 ‘사랑을 기다리며’의 사운드트랙으로 한번 다룬 적이 있습니다.

베이비페이스는 작·편곡뿐 아니라 노래와 기타 연주 그리고 음악 프로듀서 등 한 사람이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최대치를 가진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다양한 활동과 다재다능함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 여러 아티스트를 통해 소개되다 보니 ‘오히려 이러한 그의 진가가 다소 덜 평가받는 것은 아닐까’ 기우가 들기도 할 정도입니다. 지금의 유명 프로듀서나 작곡가 중에도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베이비페이스처럼 마치 각 분야가 오랫동안 자신의 전공이었던 듯, 기술과 감각이 스스럼없이 그리고 너무 자연스럽게 발산되는 경우는 몹시 보기 드문 경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동안 유행과 화제를 낳았던 MTV의 언플러그드 라이브 시리즈 중 1997년 베이비페이스의 라이브 실황은 이러한 그의 진가를 잠시나마 체험해 볼 수 있는 음반인데요. 특히 첫 포문을 여는 트랙으로 선보인 곡이 놀랍습니다. 에릭 클랩튼의 음악으로 큰 인기를 얻은 ‘체인지 더 월드’가 나오는데, ‘원래 이 곡이 이런 곡이었다고?’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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