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하태경 이어 與 박용진도 ‘남녀평등 군 복무’ 대선 공약
박용진, 혼합병역제도·모병제 전환 동시 추진
하태경, 1년 남녀 공동복무제·3년 모집병제 공약
하태경 의원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1년 남녀공동복무제와 징모병 혼합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병역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대권 주자가 구체적인 내용은 다소 다르지만 큰 줄기에서 ‘남녀의 평등 군 복무’를 전제하는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본경선에 진출한 박용진 의원은 16일 남녀 모두 최대 100일 기초 군사훈련을 의무로 받는 ‘혼합병역제도’와 ‘모병제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남녀평등 군 복무 도입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병역법 3조에는 ‘남성은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하여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사실상 병역의 의무를 남성으로만 한정 시켜 놓았다”며 “(법을 손질해) 여성도 당당한 국방의 주역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저는 남성과 여성이 모두 40일에서 100일 정도의 기초 군사훈련을 의무적으로 받는 혼합병역제도를 도입하겠다”며 “기초 군사훈련 이후에는 국가에서 정하는 일정 기간 재훈련을 받는 강력한 예비군 제도를 운용하겠다”고 했다.
이어 “동시에 현행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하겠다. 이렇게 되면 향후 모병제로 완전히 전환되더라도 우리나라 국방에 문제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회 예산정책처 의뢰를 통해 남녀평등복무제를 위해 연간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을 병역판정검사비(233억 원), 기초군사훈련비(2890억 원) 등을 포함해 5000억 원 미만으로 추산했다.
그는 “남녀평등복무제를 실현을 위해 대통령 당선 이후 임기 1년 차에 여군 규모, 부대 종류, 배치, 역할, 예산 소요 등을 고민하는 ‘남녀평등복무제도입준비위원회’를 설치하겠다”며 “5년 임기 내에 모병제와 남녀평등 군사훈련을 시범 운영할 것을 분명히 약속드린다”고 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전날(16일) ‘1년 남녀 공동복무제’와 ‘3년 모집병제’를 핵심으로 하는 병역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하 의원은 이날 박 의원 공약에 대해 페이스북에 “무엇보다 민주당 대선후보가 여성계 일각의 ‘젠더갈등 조장’ 공세를 의식하지 않고 ‘남녀평등 군 복무’로 인식전환을 이뤄낸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하 의원은 “여성도 동등하게 국방에 참여할 기회를 주어야 진정한 양성평등 실현”이라며 “저도 '1년 남녀 공동복무제'를 공약했다”고 했다.
다만 하 의원은 “박 후보 공약은 우리나라의 안보 환경을 봤을 때 너무 비현실적이고 안일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 후보가 말하는) '남녀평등 군사훈련 의무화’란 ‘남녀 모두 40일~100일간 군사훈련 이수 후 예비군으로 편성’하는 ‘남녀평등 예비군제’"라며 "예비군만으론 국방력을 유지할 수 없음으로 박 후보는 ‘100% 모병제’ 전환으로 상비군을 유지하자는 것”이라며 “(박 의원의) ‘100% 모병제’ 전환은 입영자원의 수급 불안정이란 한계를 안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남북한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5개국 동시 군축 등 안보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실현 불가능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우리 군은 128만 명에 달하는 북한군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 50만 명(병사 30만) 수준의 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국방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며 “하지만 100% 모병제로는 30만 병사를 확보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100% 모병제 국가도 비슷한 병력모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안보 환경이 이들보다 더 열악한 우리가 100%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남녀평등복무제 공약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