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올라탄 금융권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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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은행들이 가상공간 ‘메타버스’ 안에서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위쪽부터 메타버스 공간 속에서 열린 하나은행, 우리은행, DGB금융의 행사 모습들. 각 사 제공 최근 들어 은행들이 가상공간 ‘메타버스’ 안에서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위쪽부터 메타버스 공간 속에서 열린 하나은행, 우리은행, DGB금융의 행사 모습들. 각 사 제공

최근 금융권의 화두는 가상공간 ‘메타버스’다. 은행들이 하나둘 메타버스에 올라 타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시도를 벌이고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 글로벌 캠퍼스를 만들고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가하면, 은행 영업점 오픈까지 준비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메타버스 산업의 가파른 성장을 예상하고 속속 관련 펀드를 출시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 세계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이 이뤄지는 세상을 가리킨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해 957억 달러(약 110조 원)이던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30년 1조 5429억 달러(약 177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은행, 가상 영업점 오픈 예정

하나은행, 가상 글로벌캠퍼스 구축

DGB금융, 회의·모임 등 적극 활용

메타버스 관련 펀드도 속속 출시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메타버스 기반 가상 영업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고객들이 아바타를 생성해 참여할 수 있는 가상영업점을 테스트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이에 앞서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게더타운’에 △금융·비즈센터 △재택센터 △놀이공간 등 3개의 공간이 조성된 ‘KB금융타운’을 구축했다. 금융·비즈센터는 홍보·채용 상담부스, 대강당 등으로 구성했다. 재택센터는 재택 근무자와 사무실 근무 직원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이 가능하도록 꾸몄다. 놀이공간에선 직원끼리 함께 미로찾기 등 게임을 할 수 있다. 지난 8일에는 국민은행 테크그룹 임원들과 부서장들이 참여하는 경영진 회의와 외부업체와의 기술미팅도 KB금융타운에서 개최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여러 현업 부서에서 메타버스 활용 문의가 많아 앞으로 차근차근 KB금융타운의 활용을 확대할 것”이라며 “다만 올해 중으로 테스트가 예정돼 있는 가상영업점은 KB금융타운의 플랫폼인 게더타운이 아닌 독자적 플랫폼을 통해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에 나섰다. 이들은 대부분 또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인 네이버의 ‘제페토’를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를 벌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제페토에 인천 청라연수원 구조와 외형을 그대로 구현한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축하고, 연수원 그랜드 오프닝 행사를 가졌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 연수만 받고 직접 청라연수원에 가보지 못한 신입행원들이 이를 주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제페토 내 아바타 ‘라울’(Raul)로 참석했다. 신입행원들은 박 행장에게 자신들이 직접 설계하고 만든 공간을 안내했다. 신입행원들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수료식도 함께 열렸다. 하나은행은 이 캠퍼스를 비대면 소통은 물론 직원들의 사내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은행도 최근 제페토에서 권광석 우리은행장과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직원들이 만나는 시간을 마련했다. 권 행장은 ‘전광석화’라는 닉네임과 함께 자신이 직접 만든 캐릭터로 참여해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SC제일은행은 오는 21일 메타버스 공간에서 자산관리(WM) 고객 대상으로 모기업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자산관리 세미나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은행도 메타버스에 뛰어들었다. 특히 DGB금융의 메타버스 활용이 두드러진다. 올 5월부터 제페토에서 지주 경영진 회의를 열고 사내 모임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아이디어 공모전 발표회와 시상식도 제페토에서 진행했다. DGB금융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메타버스 기반 영업점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BNK부산은행 또한 메타버스 체험관을 운영 중이다. 디지털금융개발부와 IT개발부실을 모티브로 업무 공간 재현을 마쳤다.

금융투자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달 14일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펀드 ‘KB 글로벌 메타버스 경제 펀드’를 선보였다. 엔비디아 등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기업과 로블록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로 9일 현재 수익률이 4.38%에 이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85%)을 뛰어넘는 성적이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달 28일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를 내놨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메타버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조만간 메타버스 내에서도 이런 펀드를 살 수 있게 된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메타버스 환경에 맞는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해 ‘메타시티포럼’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조만간 비대면 계좌개설을 하는 것처럼 고객의 아바타가 가상세계에서 증권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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