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손님 없는 540여 마리, 다시 만날 날 기다리며 폭염 견뎌요~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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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더파크’ 동물들의 여름나기

삼정더파크 동물들의 더위 나기. 김경현 기자 view@ 삼정더파크 동물들의 더위 나기. 김경현 기자 view@

일주일째 이어진 폭염에 부산에서는 인간뿐 아니라 동물도 더위를 피해 바캉스가 한창이다. 부산시와 더파크의 법정 소송으로 폐장된 부산 유일의 동물원 ‘삼정더파크’가 그 무대다.

22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삼정더파크를 찾았다. 하늘에 회색빛 구름이 낀 탓에 뙤약볕은 덜했지만 습도는 한층 더 높았다. 이날 부산 낮 최고온도는 31도까지 치솟았다. 유리창 너머 털옷을 껴입은 동물원의 주인공들은 그늘에 자리를 잡고 낮잠을 청하거나, 과일과 얼음을 씹어 먹고, 물장구를 치는 등 여름 나기에 분주했다. 2014년 개장한 삼정더파크는 지난해 4월 폐업했지만 지금도 141종, 545마리 동물이 모여 산다. 사육사를 비롯한 직원 14명이 폭염 속에서 동물들을 돌본다.


‘삼정더파크’ 동물들의 여름나기

지난해 4월 폐장, 법적 다툼 계속

부산시 승소에도 정상화 안갯속

직원 14명 남아 동물들 관리

물 뿌리기 등 더위 식히기 진땀


아시아코끼리 ‘뭄미’는 동남아시아가 고향인 데도 한국의 뜨거운 햇살은 버거운 듯했다. 사육사가 호스로 물을 뿌려주자 뭄미는 약 3m 길이 코를 높게 쳐들어 호스가 뿜어내는 물의 포물선에 맞췄다. 주먹만 한 두 콧구멍으로 물을 시원하게 삼키는 뭄미는 입을 크게 벌려 피부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힘차게 들이마셨다.

삼정더파크 동물들의 더위 나기. 김경현 기자 view@ 삼정더파크 동물들의 더위 나기. 김경현 기자 view@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은 뭄미에게도 별미다.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 이래’ 노랫말처럼 사육사가 건넨 수박을 코로 받은 뭄미는 수박을 바닥에 내려놓고 오른쪽 앞발로 수박을 힘차게 밟아 부쉈다. 산산조각 나 빨간 속살이 드러난 수박 조각을 씹어 먹던 뭄미는 만족스러운지 콧김을 쉬어댔다. 한 사육사는 “뭄미는 파괴왕”이라면서 “가을에는 늙은 호박 속을 과일로 채워 주는데, 그때도 호박을 발로 밟아 부순 다음 집어먹는다”고 웃었다.

삼정더파크 동물들의 더위 나기. 김경현 기자 view@ 삼정더파크 동물들의 더위 나기. 김경현 기자 view@

맹수 시베리아호랑이 ‘용순’과 ‘백양’은 물놀이를 하며 백숙을 즐긴다. 사육장 가운데 물 웅덩이에서 공을 앞발로 잡고 물장구를 치다 사육사가 물에 던져준 생닭을 낚아채 그늘막 아래에서 씹어 먹었다. 여름엔 얼린 생고기를 주기도 하지만, 배탈이 날 수 있어 일주일에 한두 번만 준다는 게 사육사의 설명이다.

더위를 유독 견디기 힘들어 하는 것은 바로 일본 원숭이들이다. 본래 붉은 얼굴이 한여름 뙤약볕에 더 붉어졌다. 우리 안 원숭이 14마리는 각자 넋 나간 표정으로 그늘에 앉아 있었다. 지열이 닿지 않는 서늘한 계단 위에 누워 낮잠을 청하기도 했다. 무더위에 지친 탓에 여름에는 먹이인 과일보다는 얼음 쟁탈전이 더 치열하다. 사육사가 각종 과일과 얼음 덩어리가 든 수박화채를 원숭이 사육장 곳곳에 놔주자 원숭이들은 더위에 깜빡 졸던 모습은 어디 가고 재빠른 손짓과 발짓으로 얼음을 사수했다. 양 손으로 얼음을 쥐었다가 과일을 잡을 손이 부족하자, 발로 얼음을 쥐고 엉덩이로 깔고 앉아 몸을 식히면서 리치, 수박, 바나나를 열심히 먹어 댔다.

동물들은 기운이 쏙 빠질 만큼 무더운 날씨에도 오랜만에 보는 사람 기척에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냈다. ‘폐장 동물원의 동물’이라는 편견이 무색할 만큼 편안한 생활이다. 사육사 등 동물원 직원들은 당장이라도 다시 문을 열고 동물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픈 마음이 굴뚝같다.

삼정더파크 동물들의 더위 나기. 김경현 기자 view@ 삼정더파크 동물들의 더위 나기. 김경현 기자 view@

이들의 바람과 다르게 여전히 삼정더파크의 정상화는 안갯속이다. 지난 15일 부산지법이 삼정더파크 측 케이비부동산신탁이 삼정기업과 함께 부산시를 상대로 청구한 504억 원 매매대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측 소를 기각했다. 부산시는 “동물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적극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삼정기업 측은 항소의 뜻을 내비치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동물을 돌보는 삼정더파크 직원들은 하루라도 빨리 시민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삼정더파크 강은솜 대리는 “오늘 동물들이 오랜만에 외부인을 본 터라 신난 모습이었다”면서 “동물원이 얼른 정상화돼서 잘 지내는 동물들 모습을 얼른 시민들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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