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COVID-19 이후의 경쟁에 대비하는 자세
김윤경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COVID-19로 일상이 바뀌고 경제활동이 위축되었지만, 우리는 이 상태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백신접종률 상승, 주요국의 봉쇄 완화, 경기부양책 등으로 세계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4월에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5%에서 6.0%로 상향 수정했다.
경제활동의 필수투입요소인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세계 경제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조짐이다. 유가는 지난해 초에 배럴당 60불대 수준이었지만, COVID-19의 확산으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협조 감산이 결렬되면서 배럴당 20불대로 폭락하였다. 경제활동의 위축이 이어지면서 저장능력을 초과하는 석유잉여분이 발생하여 지난해 4월 20일에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종가는 배럴당 –37.63불을 기록하였다. 석유가 시장에서 거래된 이래로 처음으로 출현한 마이너스 가격이었다.
올해 상반기 주요국의 봉쇄 완화와 경제활동의 재개로 석유 수요가 증가하여 유가는 7월에 배럴당 70불 전후에서 움직이고 있다. 유가는 2020년 1월의 고가에서 그해 4월의 저가까지 72% 하락하였고, 2020년 4월의 저가에서 2021년 7월까지 186% 상승하였다.
유가의 변동폭은 크지만, 그 수준은 높지 않아서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서면, 우리가 여러 차례 경험하였듯이 주요자원들의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그동안의 저유가는 원유(석유) 공급 차질을 초래하여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가격 상승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IEA(국제에너지기구)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 원유(석유) 공급증가량은 수요증가량보다 적다.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전에 미리 대비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하나의 구매자일 뿐이며 상이한 경제 규모의 국가들과 경쟁한다.
IEA의 전망에 따르면, 세계는 2040년에도 1차 에너지의 70%를 화석연료에 의존한다. 우드 매킨지(Wood Mackenzie)의 전망에 따르면, 석유 수요는 중국에서 2030년대 초반까지, 인도에서 2040년대 이후까지, 그 외 아시아 국가에서 2040년까지 증가한다. 우리는 지난해 COVID-19의 확산 속에서 의료 관련 재화의 해외 의존 리스크와 기간산업의 공급망 단절 리스크를 경험하였다. 이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는 에너지 공급구조가 안정성에서 취약하다는 점을 재인식시킨다.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반드시 자원을 확보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가 탄소중립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생산‧소비‧생활방식을 바꾸고 사회경제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석유 수요는 점차로 감소할 것이다. IEA는 ‘세계 에너지 전망 2020’에서 석유성장의 시대가 10년 내로 끝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2050년의 탄소중립 달성은 그 과정에서 많은 혁신을 전제로 하며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석유를 당장 대체할 수 없고, 석유가 갖는 동력·열·원료로의 범용성, 운반편리성, 저장용이성도 포기하기 어렵다. 공급망과 제품의 탈탄소화,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탈탄소기술 등으로 기존 에너지원들을 영리하게 사용해야 한다.
시장참여자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제에너지시장의 역동 속에서 우리나라 위치의 변화를 살피면서 COVID-19 이후에 세계 경제가 보일 행동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중층의 전략과 다수의 대응방안으로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체제를 갖추고 필수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라도 자원공기업과 민간기업이 국내외 자원개발사업에 적극 참여해 자원매장량, 생산량 등의 양적측면과, 기술력, 자금력, 경영능력, 장기거래관계, 정보력 등의 질적(Value)측면을 결합시켜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