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쩐의 전쟁’과 승리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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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기계공학 박사

해양산업은 부산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최근 3년간 부산의 총생산액은 90조 원 전후인데, 해양산업 관련업에서 총매출이 30조 원 정도라는 점으로부터 이를 가늠할 수 있다. 해양금융, 해운, 항만과 물류, 조선과 조선기자재, 선박검사 및 수리, 선용품, 선박유류업 등은 상호보완 작용을 통한 선순환적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생태계를 이룬다. 해양산업 생태계에서의 최상위 계층인 해양금융과 해운은 생태계 전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해운업이 활성화되려면 해양금융 여건이 풍부해야 한다. 결국은 ‘쩐’이 산업 생태계에 에너지를 불어넣게 된다.


해운업, 해양산업 생태계 맏형 노릇

중국, ‘1% 선수금’으로 수주 싹쓸이

공정위, 국내 해운사에 때아닌 과징금

해운·조선업 회생 위해 원팀 정신 필수


최근 ‘쩐의 전쟁’을 통해 한국 해운업이 되살아나고 있다. 세계 7위를 자랑하던 한진해운이 2017년 파산한 이후로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쩐의 전쟁을 개시하였다. 다시 말하면, 쩐으로 초대형 친환경 선박 건조에 투자하여 해운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HMM(구 현대상선)의 지난 10여 년간 누적 적자 약 4조 7000억 원을 벗어나 2020년에는 9800억 원에 이르는 창사 이래 최대의 영업이익을 얻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이익 2조 원을 달성하였다고 한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성과의 많은 부분이 2020년부터 시작된 컨테이너 시황의 급격한 상승에 의존한 바가 크며, 여전히 4조 3000억 원 누적결손과 부채가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급변하는 시장에서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선대 발주, 무너졌던 해외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재건하는 등 향후 시장 상황이 변하더라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 여기에도 쩐의 전쟁 논리가 통한다.

쩐의 전쟁을 가장 잘하는 나라는 중국이 아닌가 한다.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2004년 일본을 제친 후 세계 1위를 지켜 왔다. 하지만 2021년 올해 들어 중국에 선두를 내줬다.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 산업을 키우기 위해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분담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중국 기업의 생산원가는 한국 기업의 70% 수준이다. 결국, 쩐의 전쟁에서 피를 보게 되는 쪽은 공격용 쩐이 적은 곳이다. 당분간 그럴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 조선업이 조금씩 회복하고 있지만, 중국에 의한 쩐의 전쟁 후유증으로 회복이 썩 빠르지 않은 것 같다. 2012년까지 세계 조선산업을 이끌고 있었던 우리나라는 핵폭탄급 쩐의 전쟁을 맞아야 했다. 중국 기업에 의한 ‘1% 선수금 제안’ 전략은 발주자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단돈 10억 원만 내면 1000억 원짜리 특수선박이나 초대형유조선을 중국 조선소에 발주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 조선소가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시장 진입과 점유를 위해 중국 정부와 금융기관은 쩐의 전쟁을 통한 물량 공세와 수주 몰이에 나섰다. 수주를 많이 하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 일을 많이 하면 기술을 쌓을 수 있다. 그 기술로 저부가가치 선박에서 고부가가치 선박과 플랜트를 건조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을 수 있게 된다. 노하우가 쌓여 독자기술이 되면 ‘1% 선수금 제안’이 아닌 ‘100% 선수금 제안’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1%가 100%를 이기는 전략이다.

해양산업 분야는 어떤 산업보다 쩐의 전쟁에서의 승패에 따라 산업 생태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중국과 같이 정부 주도의 쩐의 전쟁을 불공정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선사, 금융기관, 조선기자재업체 공동투자의 상생펀드 방식을 새롭게 도입하여 쩐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특히,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설립된 한국해양진흥공사를 축으로 HMM을 통한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가입과 함께 사상 최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공동행위'가 쩐의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온 순간이다. 정부 주도의 공동행위 즉 얼라이언스 행위가 사망 직전의 해양산업을 심폐소생시킨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복병이 생겼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동남아시아 항로에 취항하는 국적 선사 12개사(외국 선사 11개사 포함)가 부당 '공동행위(일명 얼라이언스, alliance)'를 해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보고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최소 5000억~6000억 원의 과징금이라 한다. 우리 정부 주도로 심폐소생에 의해 겨우 살아난 HMM을 포함한 국내 해운사들에 얼라이언스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철퇴를 가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즉,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서로 다른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쩐의 전쟁에서 우리 기업의 승리를 위해서는 또 하나의 요건이 필요하다. 원팀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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