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메가시티, 이젠 되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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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경제부 산업팀장

동남권 메가시티를 향한 역사적 항해가 시작됐다. 일찌감치 메가시티 논의에 나선 부산과 울산 경남은 지난달 29일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을 꾸리며 메가시티 실현에도 선두에 섰다. 합동추진단은 지난해 12월 지방자치법 개정안 국회 통과에 따라 부울경을 단일 생활권이자 경제권으로 묶을 공동 사업을 추진할 공식 기구인 특별지방자치단체(특별지자체), 즉 메가시티 구성 준비에 나선다. 바야흐로 동남권은 메가시티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올라탔다.

특별지자체는 한국사회가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설정한 새로운 모델로, 국가적 실험이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 지방 소멸로 대변되는 국토의 기형적 발달을 멈춰 세우고 기존 지방자치제를 보완해 국가균형발전을 이끌 도전이다. 이런 상황에 부울경이 메가시티가 새로운 국가 발전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할 선구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부울경이 한국 첫 광역연합 선도
수도권·지역 내부 저항 넘으려면
각 지역 리더십 흔들림 없어야
경남서 ‘제2의 김경수’ 등장 절실

부울경의 주요 현안은 부울경이 메가시티로 나아가는 내부적 배경이다. 가덕신공항은 부울경 800만 명만으로 부족하고 대구·경북, 호남을 안아야 허브 공항 안착이 가능하다. 2030 부산월드엑스포도 부울경이 하나됐을 때 제대로 성과를 남길 수 있다. 나아가 광역교통망 건설, 제조업 첨단화, 동북아 물류 플랫폼 구축 등 초광역 단위로 추진할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울경 3개 광역단체장에 여당 소속 정치인들이 모두 당선된 후 시작된 메가시티 논의는 야당 소속인 박형준 시장이 부산의 새 리더십으로 나섰음에도 전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박 시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5+2 광역경제권 입안을 주도했다”며 오히려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2040년까지 인구 100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은 491조 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뚜렷한 목표도 설정했다. 지금보다 인구는 27%, GRDP는 44% 커지는 수준이다.

항로는 정했다 해도 넘어야 할 고비는 만만치 않다. 국내 첫 메가시티 시도란 점에서 지방이 수도권 집중화를 넘어 균형발전에 이를 수 있을지, 지방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장밋빛 청사진만으로 떠나가던 사람 발길을 붙잡을 순 없다. 새로운 행정기구가 생긴다고 GRDP가 저절로 불어날 리도 없다.

우군만 있는 것도 아니다. 메가시티 구성과 이해를 달리하는 세력과도 부딪혀야 한고, 수도권 중심주의는 여전히 강고하다. 가까운 사례로 ‘이건희 기증관’ 입지 선정에서 이른바 ‘지방’은 원천 배제되는 수모를 겪었다. 중앙 정부가 쥔 권한 상당 부분을 이양받아야 그나마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메가시티 문제는 더 지난한 싸움이 예견된다.

동남권 내부 저항은 다른 무엇보다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셈법이 달라 난항을 겪는 지자체도 있다. 전북은 광주 전남의 호남권과 떨어져 독자 노선을 택했고, 충청이나 호남에서도 광역시·도 사이에 흡수 논란이 빚어지기도 한다. 부울경에도 내부 우려가 없다고 말할 순 없다. 통합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여론이나 경남 서부를 중심으로 홀대 우려도 있다. 울산도 영남권 광역벨트, 해오름동맹 등 대안을 동시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합의 과정은 메가시티 성공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기도 하다.

정치 스케줄도 불리한 조건 중 하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방정부 리더십에 변화가 생긴다면 논의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진행해야할지도 모른다. 대통령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균형발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창하고, 현 집권 여당이 끌어온 어젠다인만큼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메가시티 성공에 이를 때까지 가장 단단해야 할 것은 부울경 지방 정부의 리더십이다. 부울경 시장·도지사는 정부와의 협상, 지역 주민 설득 등 메가시티 전 과정에서 가장 큰 책임을 지는 인물들이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낙마가 뼈아프다. 메가시티 논의에서 김 전 지사는 “부산을 메가시티 거점”이라고 공언할 정도로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증명했다. 김 전 지사가 구속 직전 남긴 당부도 “부울경 메가시티를 도와 달라”였다. 더불어민주당이 서둘러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구원투수로 투입한 일은 다행스럽지만 그도 경남 내부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초반 부울경 메가시티 성패의 핵심 키를 쥔 것은 경남이다. 김 전 지사처럼 메가시티 문제에 이해와 양보가 절실함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인물을 쉽게 찾을 순 없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제2의 김경수’가 얼마나 일찍 등장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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