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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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무크지 ‘아크’ 제2호 출간, 코로나로 믿었던 것 의심하는 세상
‘믿음’ 주제… 어떻게 기대서 살고 있는지 20여 편 글 통해 ‘성찰’

이수현 씨는 일본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2001년 1월 26일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남성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부산 내성고등학교 앞에 있는 이수현 추모비에서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 모임 소속 한일 대학생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이수현 씨는 일본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2001년 1월 26일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남성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다. 부산 내성고등학교 앞에 있는 이수현 추모비에서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 모임 소속 한일 대학생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모습. 부산일보DB

인문무크지 ‘아크(ARCH-)’ 제2호가 출간됐다. 이번 주제는 ‘믿음’이다. 믿음에는 대상이 존재하지만, 주체는 자신이다. 핵심은 ‘무엇을 믿는가’이다.

‘아크’는 오랫동안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인문학 관련 프로그램들을 진행해온 (주)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대표 허동윤)가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본격적인 인문 담론의 축적을 표방하며 지난해 말 창간한 부정기 간행물이다.

창간호 주제였던 ‘휴먼’처럼 ‘믿음’도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다. 제도적 종교부터 사람 사이의 신뢰까지 우리는 다양한 믿음의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를 공포로 떨게 한 코로나19는 그동안 우리가 믿어왔던 것들을 하나둘 의심하게 했고 되돌아보게 했다. 고영란 ‘아크’ 편집장은 “이에 믿음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그 믿음에 기대서 살고 있는지 인문적 성찰이 필요해 톺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크 2호엔 아버지 백기완을 기리는 장녀 백원담의 ‘삶의 들락(문)은 꽈당하고 닫히는 게 아니다’라는 글부터, 부산교육대 국어교육과 심상교 교수의 ‘무병 앓기부터 내림굿까지’ 총 22편의 글이 실렸다.


아크 제2호 ‘믿음’ 아크 제2호 ‘믿음’

종교적 믿음, 사회적 신념, 잘못된 믿음, 경제학이나 사회학, 역사 등 각 전문 분야에서의 믿음에 대한 글까지, 믿음에 대한 우리의 사유를 다양한 방식으로 넓혀준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미래를 열고 세상을 바꾸고자 한 세 여성(옥타비아 힐, 제인 제이컵스, 미네야마 후미)을 소개한다. 옥타비아 힐은 도시 빈민 주거 운동의 선구자였으며, 제인 제이컵스는 도시 보행권 회복과 약자 중심의 도시재생 운동을 펼쳤던 인물이다. 호밀밭출판사 장현정 대표는 2001년 1월 26일 일본 도쿄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남성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었던 친구 이수현을 통해 인간에 대한 믿음을 얘기한다. 장 대표는 “나는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일수록 더욱 ‘이수현 정신’이라고 해도 좋을 국경을 초월한 인간에 대한 믿음의 정신이 우리 곁에 오래오래 남아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창원대 사회학과 이성철 교수는 믿음과 신뢰를 이웃사촌으로 보면서 “따뜻한 눈길은 신뢰의 시작이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 사이에만 나누는 따뜻한 눈길을 넘어서는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석대 교양대학 최강민 교수는 ‘믿음에 대한 확실한 질문’이란 글을 통해 “어떤 믿음이 제대로 된 것인지, 어떤 것이 진리인지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의 믿음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무엇을 믿을 것인가’라고 생각하기보다 ‘무엇을 성찰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확실한 질문’을 먼저 날카롭게 던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국립해양박물관 김태만 관장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적 불신을 어떻게 제거하고 ‘신뢰 사회’로 갈 수 있을지 제시한다. 그는 “사회적 신뢰는 부정부패 척결, 혐오적 선동이나 과도한 정치 당파성 엄벌, 정부의 공공성 강화, 법치 공고화, 경제 양극화 해소, 민주시민 교육 강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회복, 시정이나 국정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 참여 등으로 극복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아크’ 2호에서는 믿음을 중심으로 프리츠커상, 해양도시, 그림, 영화, 동아시아, 기후, 편견 등 다양하게 변주되는 글을 만날 수 있다.

믿음은 이 시대에 필요한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희망으로 연결되는 믿음은 분명 새로운 가치를 가져올 것이다. ‘아크’를 통해 ‘믿음에 대한 환기(喚起)’를 기대해 본다.


정달식 선임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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