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 성추행범 잡은 ‘부산 올림픽 가라테맨’ 박희준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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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이 지난 6일 가라테 남자 가타 동메달 결정전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박희준이 지난 6일 가라테 남자 가타 동메달 결정전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대 출신 박희준(27)이 도쿄올림픽 가라테 가타 종목에서 최종 5위에 올랐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진 못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10대 시절 성추행범 등을 연이어 잡은 미담까지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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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은 지난 6일 일본 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가라테 가타 동메달 결정전’에서 알리 소푸글루(터키)에 패했다. 박희준은 수파린페이를 연기해 총 26.14점을 받았지만, ‘2021년 유럽선수권 가타 챔피언’ 소푸글루가 총 27.26점을 기록했다. 가라테 가타에서는 동메달 결정전이 두 경기가 열리는데, 박희준을 포함한 패자 2명은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치게 됐다. 가라테 가타는 가상의 적을 상정한 채 미리 정해진 연속 동작을 정확하고, 빠르고, 힘있게 연출해야 하는 경기다.

박희준이 준수한 성적을 거두자 불의를 참지 않았던 10대 시절도 덩달아 화제에 올랐다. 2012년 5월 18세였던 박희준은 여성을 폭행한 뒤 가방을 훔쳐 달아나던 남성을 태클로 넘어뜨려 제압했다. 당시 국가대표였던 그는 경기도 용인시 한 체육관에서 훈련 중이었는데, 비명이 들리자 다른 선수들과 밖으로 나가 여성을 도왔다. 2011년 9월 17세 때는 훈련을 마치고 집에 가던 도중 성추행범을 잡기도 했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로 여성을 강제 추행한 20대 남성은 고교생 박희준에게 팔을 꺾인 채 경찰에 넘겨졌다.

부산대 스포츠과학부를 졸업한 박희준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도쿄올림픽 가라테 종목에 출전한 선수다. 17살에 처음 국가대표가 된 그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가라테가 정식 종목이 된 도쿄올림픽에서 5위에 오른 것도 새 역사다.

도쿄올림픽은 박희준에게 마지막 올림픽 무대일 가능성이 크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가라테가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는 ‘체육 교사’라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가라테와의 인연은 이어갈 예정이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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