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륜으로 우려낸, 산뜻하고 푸짐하고 깊은 맛 ‘유림가든’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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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부터 30년간 고기 다룬 식당
48시간 곤 곰탕 국물 부드럽고 깔끔
점심특선 ‘쌈밥’ 엄마의 손맛 느껴져
채소 듬뿍 든 ‘한우전골’ 진하고 시원

30년 동안 고기를 다뤄온 식당이 있다.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세 가지 맛이 일품인 곳이다. 부드럽고 산뜻한 한우곰탕, 고소하고 진한 한우전골 그리고 푸짐한 시골밥상 같은 쌈밥. 무더위에 떨어진 입맛을 돋우면서 기력도 높일 수 있는 음식이다.


한우곰탕. 한우곰탕.

부산 동래구 안락동 SK뷰아파트 왼쪽에 자리를 잡은 유림가든(대표 박현자). 1992년에 개업해 장사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30년째를 맞은 곳이다. 처음에는 식육점으로 시작했다. 고기를 구워 팔면 좋을 것 같아 이른바 식육식당으로 변신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전문 식당으로 다시 면모를 바꿔 오늘에 이르렀다.

유림가든은 식육점에서 출발한 곳인 만큼 고기의 품질에서 다른 어느 곳보다 앞선다고 자부하는 식당이다. 지금은 20년 이상 거래를 해온 구포의 도매점에서 고기를 받아온다. 그래서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졸깃하고 고소한 암퇘지 가로막살(갈매기살) 등 품질 좋은 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갈매기살과 오겹살. 갈매기살과 오겹살.

한우곰탕은 깊은 정성과 시간을 들여 만든 음식이다. 곰탕 국물을 만드는 과정만 봐도 얼마나 세심한 정성이 깃들었는지를 알 수 있다. 여름에는 흐르는 찬물에 반나절, 겨울에는 8시간 정도 소뼈를 담가 피를 뺀다. 이어 매회 12시간씩 4차례에 걸쳐 펄펄 끓는 물에 뼈를 넣어 곤다. 처음 곤 국물은 기름지고 두 번째는 맑다. 세 번째에는 하얀 색이 나오고 마지막에는 옅은 국물이 된다. 네 번 곤 국물을 다 같이 넣어 함께 끓이면 마침내 곰탕 국물이 완성된다.

다 곤 국물은 500g 나눠 팩에 넣어 급속히 냉각해서 냉동 보관하다 손님이 주문하면 곧바로 녹여 끓여낸다. 개별 포장이 돼 있기 때문에 택배나 배달로 보내기도 쉽다.

한우곰탕의 고기는 한우사태를 사용한다. 역시 흐르는 찬물에 두어 시간 담가 핏물을 빼고 불순물을 버린 다음 맑은 물에서 다시 두 시간을 끓이면 된다.

뽀얀 한우곰탕 국물은 부드럽고 깔끔하고 상쾌한 맛이 일품이다. 뒷맛은 약간 고소하다. 노린내나 다른 잡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다른 곰탕집처럼 한약재 같은 재료를 첨가하지 않은 덕에 곰탕의 제맛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시간이 흘러 식어도 산뜻한 국물 맛은 변하지 않고 첫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다. 소금을 약간 넣어 먹어도 맛있고, 소금 없이 싱겁게 먹어도 맛있다.


한우곰탕. 한우곰탕.

쌈밥은 점심특선으로 내놓는 메뉴다. 고등어조림, 고추장불고기, 된장찌개에 철마다 다른 여섯 가지 반찬으로 이뤄진 음식이다. 지금은 깍두기, 부추오이김치, 겨자콩나물, 시금치, 호박부침, 유자소스샐러드가 나온다. 채소는 상추, 깻잎, 당귀, 치커리, 다시마, 양배추, 땡초 등으로 구성된다. 채소는 반여농산물도매시장에서 오래 거래한 업체에서 받아 온다.


쌈밥. 쌈밥.

쌈밥은 물론 모든 음식에 사용하는 된장, 간장 등 양념은 경남 합천에서 농사를 짓는 어머니가 직접 담근 걸 사용한다. 조미료를 넣지 않은 시골된장이라 제법 짜지만 깔끔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다.

쌈밥의 고추장불고기는 돼지고기로 만든다. 매콤하고 양념 맛이 좋아 쌈과 함께 먹기에 제격이다. 고등어조림도 ‘엄마의 손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박 사장이 직접 만든 밑반찬도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유자소스샐러드는 부드럽고 상큼한 게 신선한 양배추와 잘 어울린다. 잘 익은 깍두기는 부드러운데다 많이 짜지 않아 좋다. 부추오이김치는 약간 매콤하면서 상큼하다.


쌈밥. 쌈밥.

한우전골은 대개 겨울에 많이 팔리지만 굳이 여름에 찾는 손님도 적지 않다. 팽이버섯, 애호박, 당근, 양파, 파 등 일곱 가지 채소를 길게 썰어 냄비 주변에 담은 다음 당면과 소고기를 가운데에 담은 메뉴다. 전골 육수는 멸치, 다시마 국물을 기본으로 한다. 고기는 한우 목심과 설도를 섞어서 사용한다.

한우전골 육수는 맵거나 짜거나 많이 달지도 않다. 끓일수록 진하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 채소가 많이 들어가서인지 상큼한 맛이 기분 좋게 느껴진다. 육수가 잔뜩 밴 고기도 기대 이상으로 부드럽고 고소하다.


한우전골. 한우전골.

△유림가든/쌈밥 7500원, 한우곰탕 8000원, 한우전골 4만~6만 원, 돼지고기 생오겹살(100g) 6500원, 갈매기살(100g) 6900원.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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