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업계 생존 전략 = ‘부피 줄이고 더 가볍게’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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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오이닉 5’와 이 차에 장착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아래). 현대차 제공 현대차 ‘아오이닉 5’와 이 차에 장착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아래). 현대차 제공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로선 수소차에 앞서 전기차가 대세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에 자동차 메이커들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부피를 줄이면서 경량화를 해야 하는 두가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전기차는 동급 내연기관차에 비해 20% 가량 더 무겁다. 부품수는 40% 이상 적지만 전력공급을 담당하는 배터리와 전선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차값도 내연기관보다 제조원가가 평균 1000만~2000만 원 비싼 형편이다.


배터리와 관련 부품, 독립된 구조에서 시스템 통합 추세

현대차·기아, 주요 차체에 알루미늄 적용·플랫폼 집적화

벤츠·볼보, 배터리 밀도 높이거나 사이즈 줄여 고효율화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A’와 배터리(아래). 벤츠코리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A’와 배터리(아래). 벤츠코리아 제공

이에 자동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업체 등 관련 부품업체들과 협력해 출력은 높이면서 부피와 무게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기존 전기차는 배터리와 컨버터, 온보드 충전기, 트랙션 인버터 시스템 등이 각각 독립된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기술 개발을 통해 이들 시스템을 통합하는 추세다.

현대차·기아의 경우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서스펜션을 비롯한 섀시, 바디, 차체 부품에 알루미늄을 적용하고 구조 최적화로 부품수를 줄이는 등으로 차량의 중량을 감소시켰다. 전용 플랫폼 E-GMP에는 전기를 사용하는 모빌리티의 구동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한 신규 PE 시스템이 적용됐다. PE 시스템은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엔진을 포함한 파워트레인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으로 전기모터와 감속기, 인버터, 그리고 배터리로 구성돼 있다.

신규 PE 시스템의 큰 특징중 하나는 콤팩트다.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를 일체화시켜 차량 공간 확보와 함께 차량 중량을 최적화하고, 기존 전기차 배터리 모듈 대비 부품 종류와 부품수도 줄여 보다 콤팩트한 배터리 모듈이 적용됐다. 이렇게 해서 높아진 효율과 중량 경량화를 기반으로 E-GMP는 더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배터리 모듈의 콤팩트화를 통해 모터의 최고속도를 기존 대비 30~70% 높이면서 효율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국내 출시된 콤팩트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기차 ‘더 뉴 EQA’에 높은 출력 밀도를 자랑하는 고효율 배터리팩을 탑재했다. 이 차량의 고전압 리튬 이온 배터리는 5개의 모듈로 차량 바닥에 분포돼 있는데, 이는 같은 중량 대비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향후 국내 출시될 대형 SUV 전기차 ‘더 뉴 EQS’에도 에너지 밀도가 눈에 띄게 향상된 차세대 배터리가 장착될 예정이다.

볼보자동차도 스웨덴의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와 협력해 현재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배터리 셀보다 에너지 밀도는 50% 이상 높이고 사이즈는 기존보다 약 50% 줄어든 배터리를 개발해 향후 출시되는 순수 전기차에 탑재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밀도 이정표를 1000Wh/L 수준으로 높여 향후 10년 이내에는 완충시 1000km의 주행거리를 가능하게 하고, 배터리 기술의 향상과 고속 충전 기술의 개선을 통해 충전 시간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단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볼보자동차 최고기술책임자 헨릭 그린은 “배터리 셀의 설계와 통합을 단순화 해 무게는 줄이고, 공간은 극대화해 배터리 용량과 범위, 충전 시간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배터리를 차체 일부로 사용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이른바 ‘구조적 배터리’라고 불리는 신소재 배터리다. 최근 스웨덴 차머스공대 레이프 아스프 교수 연구팀은 배터리를 차체 일부로 사용해 배터리 하중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구조적 배터리를 개발중이다. 포르쉐 전기차 타이칸의 경우 배터리 프레임의 재질이 경량 알루미늄이다. 이를 통해 셀 모듈을 위한 많은 설치 공간이 생겨, 배터리 용량을 더욱 크게 할 수 있고, 차량 중량도 더욱 낮출 수 있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제조사의 집적화·경량화 기술 수준이 결국 향후 전기차 시장의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면서 “제조사간, 부품업체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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