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굿둑 열자 낙동강 하구 생태계 되살아났다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으로 방류량이 늘면서 을숙대 일대를 찾는 고니가 크게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낙동강 하굿 생태계 복원을 촉구하는 캠페인 모습. 부산일보DB
낙동강 하굿둑 수문 개방으로 방류량이 늘면서 을숙도 일대에 겨울 철새인 고니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지속적인 모니터링 속에 진행 중인 수문 개방이 낙동강 하구 생태계 복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와 환경부가 16일 발표한 겨울철 조류 동시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겨울(10월~3월) 낙동강 하구의 월별 최대 고니 개체 수가 3380마리로 확인됐다. 전년도보다 무려 3.4배나 많다고 한다. 낙동강 하구에서 조만간 종적을 감출 것으로 우려했던 고니의 귀환은 생태계 측면에선 더없이 귀중한 소식으로 반갑기 그지없다. 낙동강이 더 많은 고니의 보금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작년 고니 개체 수 전년보다 3배나 늘어
먹이 증가 등 수차례 수문 개방 효과 입증
고니의 급격한 개체 수 증가는 일차적으로는 그 먹이가 되는 ‘새섬매자기’라는 다년생 풀의 군락지가 많이 늘어난 게 원인으로 꼽힌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새섬매자기의 군락 면적과 밀도는 2018년보다 많이 증가했다. 이 식물 군락지의 증가가 고니의 낙동강 귀환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식물 군락지 확대와 고니 개체 수 증가가 하굿둑 수문 개방이라는 생태적 고리로 인해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방류량 증가 영향으로 하굿둑 아래 철새 도래지 지역의 염분 함유량이 줄면서 생태계가 회복할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 낙동강 하구 개방으로 귀결된다.
낙동강 하구 생태계 복원에 수문 개방이 핵심이라는 점은 수차례 제기됐다. 실제로 정부가 2019년 6월과 9월에 걸쳐 이틀간 32년 만에 하굿둑을 처음 개방한 이후 지난해 6~7월 약 한 달간 개방 실험에서도 그 필요성은 충분히 입증됐다. 당시 실험에서 고등어·청멸치 등 바닷물고기가 상류로 이동하고, 종 다양성도 증가하는 가시적인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올해 4월 말 실시한 약 1개월 동안의 개방에서도 숭어의 저·표층 이동과 예전 상류에선 확인되지 않았던 뱀장어까지 발견돼 수문 완전 개방 시 더욱 활발한 생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앞으로 더 많은 개방 실험이 이뤄지면 그 효과는 더 분명해질 것이다.
수문 개방을 통한 낙동강 하구 생태계 복원은 그동안 몇 차례의 시도를 통해 점점 그 당위성을 얻어 가는 모양새다. 정부는 올 하반기까지 총 4차례 개방 실험을 한 뒤 계절별 생태 복원 효과를 확인·분석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수문 운영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인데, 수문 개방의 큰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농·어민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 수렴도 충분히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낙동강 하구 생태계 복원은 이 지역 자연뿐 아니라 부산의 생태관광·지역경제와도 밀접하게 얽혀 있는 사안이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합리적인 생태계 복원 방안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