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호 칼럼] 황교익은 예고편
수석논설위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으로 한동안 세상이 시끄러웠다. 연합뉴스
여행이란 무엇인가. 좋은 것 보고 맛난 것 먹으면서 놀러 다니기 아닌가. ‘라떼 세대’에게는 맞지만 요즘 세대에게는 아니다. 먹방과 함께 여행의 목적이 어느새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기가 되어 버렸다. 여행도 단순한 관광보다 지역의 다양한 먹거리와 체험을 선호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액티비티인 ‘체험’을 오픈하면서 일반인도 체험 상품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되었다. 27일 하루만 해도 에어비앤비를 통해 부산에서 24개의 체험행사가 열린다. 요트, 패들보드, 서핑, 시장에서 전통 음식 먹기, 수제맥주 양조장 투어 등이 인기다. 지역의 관광공사는 이런 식으로 돗자리를 깔고 사람들이 몰려와 놀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달라진 관광 분위기 모른 채
보은 인사·막말 논란만 벌여
대선·지선 뒤 낙하산 기대로
선거 캠프 간 목숨 건 전쟁 한창
공기업엔 전문경영인 늘리고
임기도 끝까지 보장해줘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의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으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음식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그의 경력으로 볼 때 자격이 충분했다고 본다. 지역의 관광공사 사장에겐 학위보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은 인사 논란과 함께 터져 나온 거친 언사가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과 김현정 앵커가 보은 인사를 보는 정반대의 시각도 흥미로웠다. 평소 입바른 소리를 잘하는 유 전 총장이었지만 “선출직은 보은성 인사를 불가피하게 하게 돼 있다. 전문성이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 앵커는 "그러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현실과 이상이 충돌하는 지점이었다.
이번 사태는 ‘나비 효과’가 되어 부산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박현욱 전 수영구청장의 부산도시공사 사장 내정을 철회한 것이다. 박 전 구청장은 지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박 시장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아 보은 인사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지금 부산에는 도시공사처럼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공백으로 업무에 차질이 우려되는 곳이 여럿이라는 점이다. 박 시장이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후 부산디자인진흥원장, 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부산여성가족개발원장, 부산교통공사 사장 등이 줄줄이 사퇴했다. 박 시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지만 전임 시장들도 마찬가지였다. 2019년 5월 오거돈 부산시장 1년 평가 대토론회에서 부산지하철노조 남원철 정책국장은 "오 시장 취임 후 추천된 6개 공기업 기관장 중 부산도시공사만 유일하게 면접 심사했고 나머지는 서류심사만 해 낙하산 인사 임명을 돕는 구태를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보은 인사는 어느 정권이나 도긴개긴이었다.
지금처럼 선거 캠프 출신 인사들이 장악하기 이전에 지방 공기업은 퇴직 관료들의 차지였다. 1998년 부산시 산하 3개 공기업인 도시개발공사 시설관리공단 부산의료원의 최고경영진은 모두 퇴직 공무원이 맡고 있었다. 당시 시의회가 경영혁신 의지를 묻자 부산시는 "시 산하 공기업도 전문경영인 공채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년도 더 전의 약속인데 지금도 별로 바뀌지 않아 보인다.
다시 공석이 된 부산도시공사 사장 자리에 누가 올지 궁금하다. 참고하시라고 지난 6월 하남도시공사 사장에 임명된 이학수 전 수자원공사 사장의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수공 사장 재임 시 부산의 에코델타시티를 개발해 부산에 대해서도 잘 아는 인물이다. 또한 시화지구 개발사업과 송산 국제테마파크에 4조 5000억 원의 민간투자를 유치한 도시개발사업 분야의 전문가다. 하남시 인구가 5년 만에 배가 늘었다고 자랑하지만 그래봤자 30만이다. 부산시가 시민에게 보은하겠다는 생각으로 인재를 찾으면 유능한 적임자가 왜 없겠는가.
대선 경쟁이 치열해지며 같은 당의 선거 캠프끼리 ‘친일 프레임’까지 씌우며 싸우는 모습이 가관이다. 캠프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도대체 저자가 왜 거기에 있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경우가 많다. ‘이념’이 아니라 ‘자리’ 때문이라고 보면 이해가 된다. 법률로 규정된 대통령 임명직만 무려 1만여 개라고 한다. 부산시장도 산하 공기업 등에 사장 25개 감사 25개를 포함해 120개가량의 자리를 임명한다. 대학교수 같은 분들이 들어가서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정책을 만드니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올 리가 없다. 그리고 한 자리씩 차지한다. 선거 캠프가 정부를 인수하는 것이다.
황교익 논란은 예고편에 불과한 셈이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뒤에 또 얼마나 많은 낙하산이 쏟아질 것인지 우려된다. 불필요한 임명직 자리는 크게 줄일 필요가 있다. 실력을 갖춘 전문경영인 채용을 늘려서, 임기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파리 떼가 덜 꼬여야 환경이 건강해지는 법이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