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랑이도 있네"…韓입국 아프간인 어린이들에 인형 선물
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한 어린이가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재건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활동을 지원했던 아프간인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탈레반의 보복 위협에서 벗어나 마침내 한국에 도착했다. 상당수가 어린이와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으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온 아이들의 손에 들린 인형들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다.
한국 시간으로 26일 오전 새벽 4시53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출발한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은 전체 입국 대상인 391명 가운데 378명을 태우고 약 11시간을 비행해 이날 오후 4시24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슬라마바드 공항에 남아있는 13명도 다른 한국군 수송기를 타고 이날 저녁 현지에서 출발해 내일 중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한국에 오는 아프간 현지인들은 70여 가족으로 10세 이하 어린이와 노약자가 상당수 포함됐다. 특히 영유아가 100여 명 정도 되고, 6세에서 10세 사이의 아동도 8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는 잠에서 깬 갓난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칭얼대는 아이들을 어르는 부모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또 아이들의 손에는 크기와 종류가 제각각인 인형들이 하나 이상씩 안겨있었고, 한국 작가가 만든 캐릭터 '몰랑이'도 있어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를 본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별거 아니긴 해도, 어린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선물을 해줬다"면서 법무부 측의 세심한 배려를 칭찬했다. 또 일각에서는 "군 수송기에 영유아를 위한 분유와 젖병 준비도 잘했고, 입국한 어린이들에게 선물도 잘했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특별공로자'로 데려온 이들과 또 다른 난민들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함께 약 1시간 동안 수속을 마친 아프간인 가족들은 국제선 도착 게이트를 통해 나왔다. 공항 터미널 입구에서는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미리 정해 둔 경로를 따라 아프간 입국자들을 바깥에 대기 중인 버스까지 안내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강성국 차관 등 법무부 관계자들이 버스 옆에 서서 올라타는 아프간인들을 맞이했다. 이들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경기도 김포의 한 호텔로 이동해 검사 결과를 기다린다. 법무부는 철저한 방역을 위해 아프간인들에 대해 입국 후에도 격리 기간에 2차례 더 검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한편, 한국 정부가 분쟁 지역의 외국인을 이처럼 대규모로 국내 이송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입국한 아프간 협력자들은 지난 수년간 주아프간 한국 대사관, KOICA(한국국제협력단),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한국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 등에서 의사와 간호사, 정보기술(IT) 전문가, 통역, 강사 등으로 일한 전문인력과 그들의 가족이다. 이에 법무부는 아프간인들을 우리 정부에 협력한 '특별기여자'로 인정해 난민 인정자에 준하는 장기체류 자격을 부여할 예정이다. 우선 이날 입국과정에서 단기방문 비자를 발급하고, 추후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이들에게 취업이 자유로운 거주(F-2) 비자를 내주기로 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