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 테크] 선보유니텍…‘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그린에너지 솔루션 기업 탈바꿈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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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청욱 선보유니텍(주) 대표가 고온의 환원처리기술을 통해 유기성 폐기물을 유해가스가 없는 친환경 신기술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인 ‘WR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김청욱 선보유니텍(주) 대표가 고온의 환원처리기술을 통해 유기성 폐기물을 유해가스가 없는 친환경 신기술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인 ‘WR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조직의 덩치가 크면 클수록 변신이 쉽지 않다. 부드럽게 방향을 틀지 않으면, 오히려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의 대표적 조선기자재 기업 중 하나인 선보유니텍(주)이 그린에너지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선언하고, 본격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덩치가 제법 큰 기업임에도, 부드럽게 미래 산업으로의 전환을 시작한 선보유니텍을 주변 기업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선보만의 비법은 뭘까.


해양플랜트 진출하려다 난항

기획팀 떼내‘선보엔젤파트너스’ 창업

파트너사와 협업 ‘그린수소’ 투자

구부러지는 태양광전지 사업화도

내년 신사업 비중 최대 50% 확대

지역 제조업에 변화 모델 제시


■“조선업 위기, 살 길을 찾아야 한다”

“2015년 당시 선보유니텍이 해상운반용 시스템 패키지에서 시장점유율을 50~60% 차지하고 있을 때였어요. 회사가 해양플랜트 쪽으로 신사업 진출을 하려고 했는데, 국내 대형 조선소들이 해양플랜트 수주를 하려 했지만 잘 안 됐어요. 우리도 그에 맞춰 움직였는데 같이 안 된 거죠. 조선업 구조조정이 심화되던 시기였고 기업이 살려면 제2의 성장 동력을 찾아야 했는데 내부에서 뭘 해보려 해도 역량의 한계가 있었어요.”

선보유니텍의 김청욱 대표가 2016년 2월 선보엔젤파트너스(주)(이하 선보엔젤)를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선보유니텍에 있던 신사업기획팀이 나가 선보엔젤을 만들었다. 선보엔젤은 선보에서 나간 최영찬 대표가 오종훈 대표와 함께 이끌었다. 선보엔젤은 투자회사로 활약하며 산업 트렌드에 맞는 사업 기회를 탐색할 수 있었고, 우수한 프로젝트에 투자할 기회를 부지런히 찾아냈다.

김 대표는 “사실 선보엔젤 초기에는 투자 쪽은 잘 됐지만 선보유니텍과의 연계는 쉽지 않았다”면서 “선보 중장기 전략인 SB2025 전략을 세울 무렵, 선보엔젤이 가진 산업의 트렌드를 읽는 역량과 선보유니텍이 갖고 있는 엔지니어링과 사업화 역량을 합칠 방법을 찾자는 전략이 세워졌고 이 부분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선보엔젤이 투자한 많은 스타트업들이 신제품 개발까지는 잘 됐지만, 사업화까지 가지 못하고 그 사이 데스밸리(Death Vally)에서 무너지는 걸 보며, 핵심기술은 기존 스타트업이 계속 가지고 갈 수 있게 하되 사업화는 선보가 하는 형태로 가 보자 싶었다. 2대, 3대 주주로의 적극적인 투자도 이뤄졌다.

■오픈이노베이션으로 찾은 4개 밸류체인

5년여의 ‘오픈이노베이션’의 결과물로 선보유니텍은 4가지 그린에너지 신사업 분야를 확정했다. 올해를 그린에너지 사업 전환의 원년으로 삼고, 6월부터는 사업화를 위한 솔루션팀도 본격적으로 설립해 파트너사와의 협업체계를 고도화했다.

첫 번째 분야는 ‘그린수소’다. 그린수소는 신재생에너지에서 발생되는 여유전력을 활용,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로 전환한 청정 수소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발생되지 않아 그린수소로 불린다. 선보유니텍과 선보엔젤은 올 5월 국내 유일의, 세계 3대 그린수소 기술을 보유한 ‘엘켐텍’에 대규모 지분투자를 했다. 또 엘켐텍이 가진 수전해 스택을 발전시스템과 합친 ‘수전해 시스템’으로 만들어 솔루션 형태로 납품하기로 했다. 현재 수전해 시스템은 설계 단계에 있고, 11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두 번째 분야는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다. 현재 나와 있는 태양광전지는 실리콘 재료로 네모 형태로 돼있지만, 페로브스카이트는 구부러질 수 있는 유연한 형태에다 여러 색도 입힐 수 있어 모빌리티용 시장까지 폭넓은 적용이 가능하다. 효율도 실리콘보다 30%가량 높다. 선보엔젤과 선보유니텍은 원천 기술을 만든 성균관대 박남규 교수와 세계 최고 효율 보유자인 유니스트 석상일 교수 등 글로벌 석학들이 만든 ‘FES’에 투자해 사업화에 나선다.

세 번째 분야는 폐기물 가스(syngas)화 사업이다. 보통 고체 폐기물을 태우면 불완전 연소로 다이옥신 등 유기물질이 발생하지만 WR 시스템을 활용하면 1300도에서 분자들이 쪼개지며 복합가스가 만들어진다. 폐타이어가 들어가도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고 가스가 되어 나오는 형태다.

이 시스템은 4년 전부터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등 17개국에서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선보유니텍과 선보엔젤은 이 기업에도 투자해 실증 프로젝트를 마련했고 이달 24일 부산시에도 국책 사업 지원을 제안했다.

네 번째 분야는 탄소 포집이다. 선보엔젤과 선보유니텍 그리고 파트너 기업인 유벡이 4월 ‘카본밸류’라는 탄소 포집 회사를 설립했다. 이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되는 대규모의 이산화탄소를 냉각해 드라이아이스나 스마트팜에 필요한 형태로 바꿔 부가가치를 높이는 시스템이다.

■중소기업 신사업 전환의 새로운 모델

선보유니텍은 내년에는 신사업의 비중을 최대 50%까지 끌어올리고 5년 내 수소, 신재생에너지, 폐기물 에너지화 등 그린에너지 종합 솔루션 회사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선보의 이 같은 행보는 미래산업으로의 전환을 노리는 지역의 다른 제조업 기업들에게도 하나의 변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러 기업들이 2015년 선보가 했던 고민과 비슷한 고민을 언급하며, 선보 측에 자문을 구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선보엔젤은 앞으로도 투자와 신사업 발굴을 계속해나간다. 선보유니텍 김 대표는 “선보엔젤의 투자로 시작돼 스타트업이 기술 개발을 하고, 선보유니텍이 사업화를 하는 선순환 형태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투자를 계속하고 그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신사업을 발굴하는 건 기업으로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년 전 선보유니텍에 대리로 입사해 올 초 선보유니텍의 대표 자리에 올라섰다.

선보유니텍은 2002년 설립됐다.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선보공업(주)(최금식 대표)은 기존 LNG, 선박 부품 사업을 계속 영위해 나간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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