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철의 어바웃 시티] ‘탄소중립 도시’를 향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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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바야흐로 ‘탄소중립’ 시대다. 아직 미래 희망에 불과하지만 요즘 거의 모든 언론이 탄소중립과 관련한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 기후변화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하도록 해 실질적으로 ‘0(zero)’ 상태를 만들자는 것으로, ‘넷 제로(Net Zero)’라고도 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유럽 주요 국가들은 2050년을 목표로 넷 제로를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기후변화 위기에 인류 생존을 위한 과제 중 하나이다. 얼마 전 겪었던 남유럽과 북미의 50도 가까운 살인적인 폭염, 중국과 일본의 ‘1천 년 만의 폭우’ 등은 인류가 여태껏 경험한 자연 재난의 범위를 넘어선다. 지난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6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 발표를 통해 “향후 20년 안에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 시기인 19세기 말보다 섭씨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억제하지 못하면 최악의 전 지구적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비상 대응, 위험지역 규제, 토목·구조적 대책 등 정부가 수행하는 일상의 자연재난 대응 노력을 무력하게 만들고 있다.

21세기 최대 화두 ‘탄소 배출’ 감축

현 기후 위기 대응 위한 필수 과제

세계 각국, 국가 번영 걸린 문제 인식

우리 정부도 ‘2050 탄소중립’ 선언

미래 도시 중심 테마, 부산엔 새 기회

공간 구조 대개조 등 노력 경주해야

최근 유럽 주요 국가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탄소중립에 나서고 있다. 자국 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제품에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까지 거론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올해 취임 첫 업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 기후변화협약서의 복귀 명령 서명이었고, 2050년 탄소배출량 제로 실현을 공언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의무감축 대상에서 제외됐던 중국도 2060년 ‘탄소중립 중국’을 내세우며 동참을 밝혔다. 우리 정부 역시 작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 같은 세계 각국의 움직임에는 기후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래 탈탄소 선도국으로 도약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작년 발표된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주요 전략은 ‘깨끗하게 생산된 전기·수소 활용 확대’, ‘디지털 기술을 연계한 혁신적 에너지 효율 향상’, ‘탈탄소 미래기술 개발’ 등이다. 이는 전 세계가 공통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으로, 모두 미래 번영이 걸린 사활적 문제로 여기고 있다.

여기서 질문은 ‘탄소중립이 단지 기술만의 문제인가’라는 것이다. 현대 문명은 화석 연료에 기반한 근대 산업혁명의 유산을 이어받아 탄소의존형 도시로 시작됐고, 현재도 그 연장 선상에 있다. 석탄·석유 등 탄소형 에너지에 기반한 산업과 주거, 화석 연료에 기반한 자동차 교통, 녹지 흡수원을 계속 잠식하는 도시개발 확장 패턴 등 탄소중심형 도시가 그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런 도시의 각 요소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외곽 녹지 훼손을 통한 개발지역 확대는 교통량 증대로 이어지고, 이어 주거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탄소 배출량의 폭발적 증대로 연결된다. 탄소중립 실현은 이런 패턴을 어떻게 저탄소형으로 개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기술 개발보다는 훨씬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럼에도 사회를 실질적인 지속가능한 탄소 중립으로 전환할 수 있는 담대한 전략이 된다.

지금 세계의 유수 도시들은 국가와 함께 탄소중립 도시로의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파리시는 2030년 이후 내연기관차의 시내 진입을 금지했다. 북유럽의 많은 도시도 신재생에너지 전면 도입을 통한 에너지 자급자족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스웨덴의 친환경 신도시인 하마비는 폐기물 제로를 통한 에너지 순환 도시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독일 베를린시는 지역 내 대학 캠퍼스 일대를 보행 중심 및 전기차 위주로 운영하는 탄소중립형 특구로 조성함과 동시에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을 유치하는 혁신적 실험을 하고 있다. 이를 점차 확대해 시 전체를 탄소중립형 도시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국내의 도시들도 앞다퉈 탄소중립 도시를 선언하면서 지역 특색에 맞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미래 도시비전은 막연한 희망 사항이 아니다. 반드시 이뤄야 할 시대 과제로 인식되어야 하며, 도시가 그 이행에 중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산업과 인구의 쇠퇴로 전국 대비 탄소배출량이 적은 지방 도시, 특히 부산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저탄소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기술 혁신, 생활권 중심의 과감한 탄소중립 도시공간 대개조, 탄소중립형 대중교통망 구축, 탄소 흡수원으로서 해양 및 녹지 생태계 보호 등 새로운 탄소중립 도시 실현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어려운 도전임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도시 100년의 번영이 여기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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