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주거 수요 대응 위해 사회주택 공급해야"… 부산시는 '감감'
다양한 주거 수요에 맞는 집을 공급하는데 목적이 있는 '사회주택'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산시의회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 사회주택 정책세미나' 모습. 박혜랑 기자 rang@
"공공주택은 직장에서 너무 멀고, 일반 오피스텔은 너무 비싸고… 어떡하죠?"
"고양이 화장실을 두려면 발코니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집을 찾기가 어려워요."
"혼자 살고 싶긴 한데, 혹시나 아파서 쓰러지면 누가 발견하지 못할까 고민입니다."
1인 가구 및 반려동물 가정 등 가구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이들 틈새 수요에 맞춘 사회주택 공급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2019년 시의회의 조례 제정 이후 사회주택의 저변을 늘리지 않은 채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사회주택'은 사회적 기업이 다양한 수요에 맞춘 형태로 공급하고 실제 운영까지 책임지는 주택을 말한다. 주거복지라는 공공성에도 기여하는 개념이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2019년 사회주택에 관한 조례가 제정된 이후 사회적 주택 건립이 감감무소식이다.
사회주택은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임대주택 형태로 공급된다. 그러나 일반 임대주택과 달리 입주자끼리 주도적으로 공동체를 꾸릴 수 있도록 커뮤니티 공간과 이를 활용한 프로그램까지 제공한다. 입주자가 원하는 삶의 형태에 맞게 임대주택의 하드웨어와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동시에 지원되는 셈이다.
주거복지 전문가들은 부산에서 제대로 된 사회주택이 탄생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선언적인 수준에 그친 부산시 조례를 꼽는다. 2019년 부산시의회는 사회주택 추진 및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선언적 조례다 보니 사회주택을 전담할 부서도 명확하지 않고, 관련 예산을 운용하는 부서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등 컨트롤타워도 없는 상황이다.
조례 제정 후 부산시가 해운대구에 310가구의 청년사회주택 시범단지를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후 추진 사항이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부산에서는 북구와 동래구에 각각 1곳의 사회주택이 있는 정도다. 한국사회주택협회 최경호 이사는 "사회주택에 획일화된 개념은 없다"며 "아직 시작 단계이니 부산시 등 지자체에서 의지를 가지고 부산에 맞는 사회주택 형태에 대해 고민하고 각종 공모사업에 뛰어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회주택을 운영·공급할 제대로 된 주체가 없다는 점 역시 문제다. 부산에 사회주택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2곳 정도다. 2019년 중구에 사회주택 사업이 추진됐으나, 운영 주체가 관련 경험이 없는 곳이 선정돼 흐지부지 됐다. 부산시의회 이정화 의원은 "아직 사회주택 공급 및 운영을 맡아서 할만한 경험 있는 기업들이 없기 때문에, 기존의 사회적 기업들에 건축 등 주택공급과 운영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사회적 경제주체가 육성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사회주택 인센티브 부재'로 꼽았다. 사회주택은 민간 주택처럼 높은 분양가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자체나 정부가 나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해야 사업의 시작이 가능한 것이다. 지난 6월 사회주택 조례 일부가 개정돼 주차장 설치 기준이 일부 완화됐지만, 전문가들은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반브릿지 이광국 공동대표는 "주차장 설치기준 뿐만 아니라 용적률 완화 등의 혜택이 주어져야 하고, 기금 마련을 통해 이제 사회주택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들에게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대출해주는 등의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