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야당 채팅방 공개 "손준성 보냄…확인 후 방 폭파"
손준성 검사 "고발사주 의혹 사실무근…법적조치"
국민의힘 김웅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임하던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대검 소속 검사가 야당에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과 관련, 당시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가 당 관계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채팅방 내역이 언론에 공개됐다.
6일 '뉴스버스'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4월 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측에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한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보도에 첨부된 텔레그램 대화 내용 캡처 이미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일과 8일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웅 의원은 당 선대위 관계자에게 서류 사진 여러 장을 공유했다.
김 의원이 보낸 자료는 고발장과 고발장의 증거로 사용될 페이스북 캡처 이미지 등인데, 메시지 위에는 '전달된 메시지',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는 텔레그램 자체 기능으로, 텔레그램에서 이미지 등 자료를 내려받아 이를 제3자에게 전달하면 메시지 상단에 '전달된 메시지'라는 문구와 함께 발송자의 이름이 나타난다. 즉, 김 의원이 '손준성'에게 자료를 먼저 받아 이를 당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손준성'이 김 의원에 전달한 자료에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인 지 모 씨의 과거 유죄 판결문도 포함돼 있었다.
앞서 지난 2일 뉴스버스는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 측이 미래통합당 측에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형사 고발을 사주했다고 보도했다.
고발 대상에는 이른바 '검언유착' 등 보도로 윤석열 전 총장과 그의 부인 김건희 씨,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피해를 보게 한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가 포함돼 있었다.
당시 고발장은 고발인란이 비워진 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검사가 김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뉴스버스 보도 핵심이다.
이와 관련, 뉴스버스는 6일 또다른 보도에서 김 의원이 고발장 등을 당에 넘기며 대화방에서 나갈 것을 요구하는 등 문제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교회 대표연합기관 및 평신도단체와 간담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김웅 의원은 지난 2일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당시 의원실에 수많은 제보가 있었고, 제보받은 자료는 당연히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며 "제보받은 자료를 당에 전달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스버스가 공개한 텔레그램 대화 내용에 따르면 김 의원은 고발장을 미래통합당 관계자에게 보내면서 "확인하시면 방 폭파"라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문제 소지가 있음을 인지하고 증거 인멸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자료를 전달하고 3분 뒤 텔레그램 기능을 통해 당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후 관계자는 "인쇄하고 방 삭제하겠습니다"라고 답하며 "페이스북 증거물은 어느 것을 첨부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페북이 좋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대화내역 삭제를 요구한 이유에 대해 "일단 자료를 받았으면 거기(대화방)다가 남기는 것은 혹시 다른 사람이 볼 수도 있고 별로 안 좋지 않느냐"며 "다른 경우에도 전달을 하면 일단은 다 지우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제가 당에 뭘 보내면서 '폭파하라' '지시하라' 뭐 그런 식으로 일해본 적은 없다"며 "그럴 위치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발장의 내용에 대해 "제가 봤었을 때 검찰 측 입장에서 들어왔던 것 같다"며 "최강욱의 발언을 보고 (검찰이) '이건 공직선거법 위반이다'라고 해서 그걸 좀 문제제기를 했었고, 이건 분명히 위법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쪽(검찰)에서 아마 보내줬을 수도 있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김건희 건을 (고발장에) 집어넣었다고 하면 그건 그쪽(검찰) 문제인 것이지, 제가 그거를 뭐 요구하거나 그랬던 것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자신은 연루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윤 전 총장 측이 대리고발을 원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김건희 건은 진짜 기억이 안 난다"며 "그때 당시야 윤 총장 측 입장에서는 만약에 예를 들면 그 부분을 문제삼고 싶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예를 들어 검찰 쪽이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되니까, 뭐 그걸 검찰 안에서 해결하기 어렵다고 해서 보내줬을 수는 있고, 저는 그냥 전달만 한 것 같은데 그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의혹을 보도한 뉴스버스 전혁수 기자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웅 의원이 손준성 검사를 사실상 윤 전 총장의 메신저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본다"며 "설사 (고발 사주를) 지시하지 않았다 해도 (윤 전 총장의) 지휘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전 기자는 텔레그램을 통해 김 의원으로부터 고발장을 받은 국민의힘 인사가 제보자라고 말하며 "김 의원이 (텔레그램) 방을 폭파할 때 상대방 것을 지우지 않는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고발장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은 이날 기자단에 "한겨레 신문과 뉴스버스는 제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 및 첨부자료를 발송하였다는 의혹을 보도했다"며 "그러나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그는 "향후 이와 관련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이로 인한 명예훼손 등 위법행위에 대하여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최초 보도 이튿날인 지난 3일 "어이없는 일이다. 상식에 비추어서 판단을 부탁한다"며 "고발을 사주했으면 고발이 왜 안 됐겠나"라고 반문했다.
손준성 검사에 대해선 "손 검사가 그런 걸 했다는 자료라도 있나"라며 "그걸 내놓고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총장, 서울지검장 할 때 누구에게 누구 고발하라 한 적도 없지만, 상황 자체도 그럴 이유가 없었다"며 "고발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었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 감찰부와 법무부 감찰관실은 해당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선 상태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