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연일 파문…"野 최강욱 실제 고발장과 판박이"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임하던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 야당에 전달된 고발장이 실제 고발장과 유사하다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앞서 6일 KBS는 지난해 4월 검찰이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보도된 고발장 중 한 건이 실제 고발장과 거의 동일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월 8일 손준성 당시 대검수사정보정책관이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국회의원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고발장 2건 중 1건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KBS가 지난해 8월 미래통합당이 실제로 최강욱 의원을 고발했을 때 제출한 고발장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두 고발장은 거의 똑같은 수준이었다.
김웅 의원이 전달받은 것으로 의심받는 고발장과 실제 고발장을 비교한 KBS 보도. KBS뉴스 방송화면 캡처
당시 통합당은 최 의원이 허위사실을 공표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고발장을 냈는데, 범죄사실을 명시한 대목에서 '피고발인의 지위 등'이 '피고발인의 지위와 경력'으로 바뀐 점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같은 내용이었다.
특히 최 의원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사회자와 대화한 내용, 허위사실공표죄를 유죄로 확정한 대법원 판례, 고민정 의원을 거론한 점 등은 물론 괄호 안의 표현까지 대부분 일치했다. 최 의원의 실제와 다른 주민등록번호까지도 똑같았다.
또 김웅 의원이 전달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고발장에는 최 의원이 출연했던 유튜브 방송 조회수가 57만 회라고 되어 있는데, 4개월 뒤에 제출된 실제 고발장에 기재된 조회수도 동일했다. 그러나 고발이 이뤄진 8월 당시 실제 영상 조회수는 이보다 높은 92만여 회였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와 관련, 앞서 김 의원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제게 들어온 제보와 자료들 대부분은 당에 전달했지만, 문제가 된 고발장을 실제로 받았는지, 누구에게 받았는지, 전달받았다면 이를 당에 전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오래된 일이라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고발장을) 전달받았다 하더라도 보도 내용에 따르면 총선이 임박한 상황인데 이를 신경 쓰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 측이 작성한 문건이라면 검찰이 밝힐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고발 사주'에 관여했다면 제가 고발을 요구했거나 실제 고발에 나섰어야 하는데, 저는 이 문제를 제기한 적도 없고 고발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강욱 의원은 6일 밤 KBS 보도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실제 고발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반문했다. 최 의원은 "총장이 고발시키고 공소시효 만료 직전 기소까지 강요하는 게 상식과 공정이냐"며 끝장을 보자. 비겁하게 뒤로 숨는 건 이제 끝이다. 내 앞으로 나와라"라고 분노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입장을 내고 손준성 검사가 전달했다는 고발장에 대해 "검사가 작성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하고 투박한 표현이 많다"며 "시민단체나 제3자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발장에는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김건희 씨, 한동훈 검사장 등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이 한꺼번에 들어있다"며 "성격이 다른 사건을 하나의 고발장에 담은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웅 의원이 뉴스버스와 통화에서 "제가 초안을 잡은 걸로 안다"고 말한 점을 지적하며 "김 의원이 고발장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6일 윤 전 총장과 면담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7일 CBS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 본인은 '떳떳하다, 부끄러운 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결국 이 문건이 생성된 고리가 검찰 내부인지 아닌지가 제일 중요하다"며 "현직 검사에 대한 언급이 있기 때문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현안 질의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대검과 법무부는 각각 감찰 조사를 진행 중이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6일 국회 법사위 긴급현안질의에서 "추후 진행경과에 따라 법무부와 대검에 의한 합동감찰 등 추가적인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핵심 관계자는 7일 "어제 고발장을 접수하고 의혹에 대해 기초조사를 하는 중"이라며 "다만 본격적인 수사 착수 여부나 시점을 거론하기는 이르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전날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윤 전 총장 등을 ▲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 공무상 비밀누설 ▲ 공직선거법 위반 ▲ 국가공무원법 위반 ▲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5가지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상임대표가 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고발장을 들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윤석열 전 총장이 재직 당시 여권 정치인 등에 대한 고발을 청탁한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과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권순정 부산지검 서부지청장 (전 대검 대변인) 등 4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연합뉴스
지금까지 나온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고발사주 의혹이 제기된 고발장은 고발인이 공란이고, 수신처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으로 되어있다.
피고발인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 뉴스타파 기자와 PD, MBC 기자 5명, 성명불상자 1명 등 총 13명이다.
고발장의 범죄사실 부분에는 총선을 앞두고 보도된 MBC의 '검언유착 의혹'과 뉴스타파의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이 윤 총장과 그의 부인, 측근, 검찰 등을 공격하는 허위 보도였으며, 이 과정에 피고발인들이 관여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되어있다.
고발장은 지난해 4월 3일 김 의원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미래통합당 관계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이미지 파일들에 포함돼 있다었다. 고발장 외에도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인 지 모 씨의 과거 유죄 판결문을 촬영한 사진도 있었다.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고발장 등 자료를 '손준성'에게 받아 이를 당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확인하시면 방 폭파"라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최초 전달자로 의심되는 손 검사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 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하였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향후 이와 관련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이로 인한 명예훼손 등 위법행위에 대하여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