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8월 신규 수주도 중국 압도…4개월 연속 세계 1위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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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이 주력 선종인 고부가 LNG 운반선을 앞세워 8월 신규 수주에서도 중국을 따돌리고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부산일보 DB 한국 조선이 주력 선종인 고부가 LNG 운반선을 앞세워 8월 신규 수주에서도 중국을 따돌리고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사진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 운반선. 부산일보 DB

코로나19 파고를 넘긴 한국 조선이 신바람을 내고 있다. 8월 신규 수주에서도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쓸어 담으며 중국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4개월 내리 세계 1위다. 누적 수주량에서도 중국과의 격차를 단 3%P 이내로 좁혔다. 지금 추세라면 연내 추월도 가능할 전망이다. 연이은 수주 낭보에 중소 기자재 등 연관 업계는 물론, 그간 부침을 겪었던 지역 경제도 반등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8월 전 세계에서 발주된 신조선은 137만 CGT(49척)다. 이중 한국이 78만 CGT(16척, 57%)를 수주하며, 37만 CGT(23척, 27%)에 그친 중국을 2배 이상 앞섰다. 일본은 19만 CGT(7척, 14%)다.

CGT는 선박의 부가가치, 작업 난이도 등을 고려해 산출한 단위다. 가격이 비싼 선박일수록 값이 크다. 업계에선 수주 척수보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을 평가한다. 한국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이 주류인 데 반해 중국은 벌크선 같은 저가 선박이 대부분이다. 중국이 더 많은 선박을 수주하고도 점유율에서 한참 뒤진 이유다.

주목한 부분은 업황 회복세다. 올해 1~8월 전 세계 누계 발주량은 3239만 CGT로 작년 동기 1221만 CGT와 비교해 165%나 증가했다. 국가별 수주에서는 자국 물량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중국이 여전히 선두다. 지금까지 1453만 CGT(526척, 45%)를 확보했다. 한국은 1366만 CGT(329척, 43%)로 뒤를 바짝 뒤 쫓고 있다. 특히 한국 수주량은 지난해 270만 CGT에서 406% 성장한 수치다. 이를 토대로 4월 한때 8%P까지 벌어졌던 중국과 간격을 3%P(87만 CGT)로 좁혔다.

연말까지 러시아, 카타르 등지에서 대형 LNG 프로젝트 발주가 예정된 만큼, 누적 수주량도 조만간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한국은 올들어 발주된 LNG 운반선(14만m³급 이상) 38척 중 37척(97%)을 수주하며 독보적인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주력 선종인 대형 컨테이너선 시장도 지난해 67만 CGT, 9척에서 올해 1012만 CGT, 170척으로 단 1년 사이 1400% 이상 폭증하며 한국 조선의 부활을 견인하고 있다.

남은 일감도 넉넉하다. 8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8468만 CGT다. 7월 말 대비 소폭(60만 CGT) 감소했지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국가별로는 중국 3259만 CGT(39%), 한국 2833만 CGT(34%), 일본 956만 CGT(11%)다. 작년과 비교하면 한국은 867만 CGT, 44%가 늘었다. 중국은 472만CGT, 17% 증가, 일본은 136만 CGT, 12% 감소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운반선. 부산일보 DB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운반선. 부산일보 DB

선박 가격 추이를 나타내는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도 10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8월 지수는 전달보다 2포인트 상승한 145.8포인트다. 초대형유조선(VLCC) 1억 350만 달러, S-max 유조선 7050만 달러, A-max 유조선 5650만 달러, 컨테이너선(1만 3000~1만 4000TEU) 1억4100만 달러로 모든 선종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LNG선(17만 4000m³)은 1억 9800만 달러로 2억 달러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관건은 하반기 큰 폭의 인상이 예고된 강재 가격 충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앞서 주요 철강사들은 철광석, 연료탄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조선용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 소비량 증가 등을 이유로 강재가 인상을 통보했다. 이미 상반기 1t당 10만 원 인상한 철강사들은 하반기 40만 원을 더 올린 t당 115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작년의 2배에 가까운 단가다.

조선사들은 주로 ‘헤비테일(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형태의 계약)’ 방식으로 수주 계약을 맺는다. 이 때문에 수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진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 이상 소요된다. 그런데 건조 비용의 20%에 달하는 후판 가격 상승 폭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

조선사들이 예상 손실에 대해 보수적으로 공사손실충당금을 설정하면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3사가 상반기 조 단위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감을 확보하려 무리해서 저가로 수주한 선박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향후 철광석 가격이 안정을 되찾고, 올해 수주한 선박의 매출 비중이 점차 커지면 실적 개선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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