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부산, MZ를 품다] ④ 우리가 정치 ‘트렌드세터’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청년 정치인 ‘열정 페이’ 요구 말고 정당한 권한 부여하라”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이른바 ‘이준석 돌풍’으로 시작된 ‘젊치인’(젊은+정치인)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기성 정치에 대한 피로감과 새로움에 대한 대중의 요구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지역 청년 정치인들에게는 여전히 먼 이야기일 뿐이다. 중앙당 중심의 정치 구조,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청년 정치인 무대’ 등 여러 한계 속에서도 부산의 ‘MZ세대(1980~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세대+1996~2010년 태어난 Z세대) 정치인’들은 각자만의 해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부산일보>가 창간 75주년을 맞아 지난 16일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부산 MZ세대 정치인 간담회’를 두 시간 동안 진행했다. 평균 연령 25.8세의 여야 부산시당 소속 청년 정치인 5명으로부터 지역 청년 정치의 현실과 개선 방안을 들어봤다.


여야 부산시장 청년 정치인 5명

메타버스 플랫폼서 열띤 간담회

지역은 세대교체 바람 아직 미풍

보좌진 청년 채용 등 기회 줘야


 -‘이준석 돌풍’ 어떻게 바라봤나.

△조기경(23)=“기성 정치인으로부터 고리타분함이나 무능함을 느낀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 게)아닐까 생각한다. 중·고등학교 때 언론을 통해 접하던 정치인들이 수년이 지난 현재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에도 바뀌지 않는다. 40대 중년들이 청년·신인으로 분류되는 정치 현실도 일부 작용한 게 아닐까.”

△이효성(28)=“소통 측면에 있어서 기성 정치인들은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요즘은 변화 속도가 상당하다. 그렇기에 이에 적응할 수 있는 청년에 대중의 관심이 가는 것 아니겠나.”

△박지원(28)=“새롭고 참신한 선택지를 일반 대중들이 택한 것이다. 기존 보수 정당은 분열로 (변화에)실패했고 진보 정당들도 ‘조국 사태’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 투기 논란’ 등이 터지면서 대중들의 실망감만 쌓여 갔다고 본다.”

△김동건(23)=“청년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또 최근 여당의 인사 관련 불공정 이슈로 청년이 분노하면서 청년 정치인들한테 스스로를 투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영봉(27)=“조금 생각이 다르다. 청년 정치인에 대한 관심은 이전부터 많았다. 2012년 당시 민주당 등 진보 정당에서 청년 비례대표 할당제 등 당내 여러 제도를 통해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 주려 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 청년들의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기보다 이벤트로 소모하는 형태에 불과했다. 이준석 돌풍이 부는 것은 기존 86세대 정치인들이 가진 경험으로는 지금 청년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의 과거 민주화운동 경험만으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청년이 겪는 일자리, 주거 등의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앙 정치권에서는 청년이 집중 조명받는 반면, 지역은 그렇지 못한 모습이다.

△조기경=“(지역)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또한 부산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현역 의원들의)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몇 번씩 하시는 분들도 계신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세대를 이해하거나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정치인이 부족하다.”

△박지원(28)=“원인은 (청년 정치인)스스로를 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의 경우 중앙당 이슈에 집중되기 때문에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이름을 알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부산에서도 뛰어난 청년 정치인 모습 보고 싶다면 시·도당은 물론이고 지역언론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효성=“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지역에서 (자기 개발이나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되는)중앙당 행사나 수도권 일정을 소화하려면 차비나 식비 등 일정 비용이 소요된다. 큰돈은 아니겠지만 청년에게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현실적인 요인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영봉=“20대 초·중반 나이에 당선되거나 주요 역할을 맡는 것이 ‘청년 정치’라고 보지 않는다. 정치를 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당내에서 훈련을 받고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이것의 핵심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다. 권한은 기성 세대가 가지고 있다 보니 청년들은 경험할 기회가 적어지게 된다. 당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청년에게 확실한 권한과 책임을 주고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도 폭넓게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김동건=“청년이 정치 무대에서 활동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여전히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면.

△이영봉=“피선거권 연령 인하가 필수적이다. 외국에서는 30·40대 대통령·총리가 등장한다. 그들은 대부분 청소년 시절부터 정당 활동을 하고 20대부터는 본격적으로 출마하는 경험을 쌓는다. 또한 지난해 말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지방의원들도 보좌진을 둘 수 있게 됐다. 국회처럼 의원이 직접 채용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박지원=“기본적으로 시·도당 차원에서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정당은 훈련된 유권자와 정치인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부족했다. 또한 지역 청년 정치인이 활동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토론 배틀이나 논평이 있을 수 있고 선거 과정에서 연설할 기회를 준다든지 등이다. 정당이 이런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고 개선을 노력한다면 지역에서도 성공한 청년 정치인이 등장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조기경=“개인적으로는 지역구 의원들의 보좌진에 지역 청년들을 채용하는 제도를 추천한다. 지금껏 지역 청년 정치인들은 지역 행사 지원이나 참석 인원을 채우는 데 ‘열정 페이’로 동원됐다. 이처럼 무급으로 열정만 요구할 게 아니라 정당한 수당은 물론 직책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끝-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