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정상회담 열린 날 멍완저우 석방… 미·중 갈등 ‘전환기’ 맞나
미국의 대중 압박 카드 중 하나로 알려진 ‘쿼드’(Quad)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열린 날, 미·중 갈등의 상징적 인물인 화웨이 멍완저우 부회장이 석방됐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관계 개선을 위한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도 억류한 캐나다인 2명을 곧바로 석방하는 등 미·중 신냉전 체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에서는 미국, 인도, 일본, 호주로 구성된 협의체 쿼드의 첫 대면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강압에 흔들림 없는 자유롭고 규칙에 기초한 질서에 전념한다“며 ”이는 인도·태평양과 그 너머의 안보와 평화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결정체 쿼드 4국
백악관 첫 대면 회담 갖고 협력 다짐
같은 날 ‘갈등 상징’ 멍완저우 풀려나
미·중 관계 회복 물꼬 트일지 관심
비록 군사 협력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빠졌지만,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쿼드 정상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에 유엔 의무를 준수하고 도발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성명에 담았다.
쿼드 정상이 중국을 압박한 이날, 우연하게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멍완저우(49) 부회장이 석방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멍 부회장에 대한 금융사기 사건 기소를 연기하는 데 합의했다. 멍 부회장이 특정 조건을 준수하면 기소를 전면 취소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검찰은 홍콩의 위장회사를 통해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멍 부회장을 기소하고 캐나다로부터 범죄인 인도를 추진했다.
이번 미 국무부의 합의에 따라 캐나다에서 가택 연금 중인 멍 부회장은 2년 9개월 만에 석방돼 중국으로 돌아갔다. 중국은 이번 석방을 두고 “중국 인민의 중대 승리”라고 자평했다. 멍 부회장은 귀국길에 장미꽃다발을 전해 받고 레드카펫을 밟는 등 중국 내에서 국빈 대접을 받았다.
멍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연기 합의와 석방 조치가 미·중 간 관계회복의 물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쿼드 첫 대면 정상회담이 이뤄진 날 멍 부회장이 석방된 것을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협력 병행”이라는 대중 기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1일 유엔총회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견제구를 날리면서도 미·중 경쟁 악화에 따른 충돌은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중국도 이날 멍 부회장 석방 조치에 따라 억류하고 있던 캐나다인 2명을 고국으로 귀환시켰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극심한 미·중 갈등이 이어진 터라 관계 회복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기소 연기 합의를 멍 부회장에게만 적용하고 화웨이에 대해서는 법정 공방을 벌이겠다는 미 법무부의 방침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미국 보수진영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인질극과 협박에 꿋꿋이 맞서는 대신 몸을 숙였다”고 비난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