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교류 지도 그리자” 온라인으로 통한 조선통신사
“자신만의 교류 지도를 그려라.”
온라인으로 한·일 양국이 조선통신사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19로 조선통신사 축제는 축소됐지만 양국의 학자와 예술가들이 온오프라인으로 만났다. 24일 열린 2021 한·일 온오프라인 토크콘서트 ‘너에게 닿기를’에서는 양국의 인문, 예술, 교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부산 동구 초량동 아스티호텔에 오프라인 행사가 준비됐고, 일본 측 참가자는 줌으로 연결해 한·일 분야별 교류 역사를 되짚어보고 바람직한 미래 교류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24일 한·일 온오프라인 토크콘서트
양국 학자·예술가 분야별 교류 토론
“조선통신사는 화해와 협력의 상징
다양한 시선으로 교류 지도 그려야”
토크콘서트에 앞서 한국에서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강동수 부산문화재단 대표가 인사를 전했다. 일본에서는 마에다 신타로 시모노세키 시장, 나카무라 호우도 나가사키현 지사, 히타카츠 나오키 쓰시마 시장, 다이쵸 요시유키 시즈오카 부시장, 다케히사 아키나리 세토우치 시장과 마쓰바라 가즈유키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 이사장이 영상으로 이번 교류 행사를 축하했다. 양측은 한·일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조선통신사의 정신을 되살리고, 코로나 상황이 하루 빨리 호전되어 대면 교류를 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토크콘서트는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기조발언 ‘조선통신사가 갖는 역사적 의미와 교훈을 생각하다’에 이어 세션별로 양국 관계자가 대담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인문 세션에는 강신주 철학자와 가와무라 미나토 문예평론가가 나왔다. 강신주 철학자는 국가나 자본에 의해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교류는 서로 관계가 나빠지면 답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강 철학자는 “남의 지도로 움직여서는 안된다”며 “내가 내 걸음으로 가서 내 지도의 제작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와무라 평론가는 “새롭고 다양한 지도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한국에서 일본을, 일본에서 한국을 보는 다양한 시선들이 지도에 나타날 수 있도록 개인별, 그룹별 지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예술 세션은 정재은 영화감독과 나리카와 아야 동국대 일본학연구소 연구원이 참여했다. 정 감독은 한·일 합작영화 ‘나비잠’(2017)은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2001) 일본 상영을 계기로 시작된 오랜 교류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나리카와 연구원은 “왕래가 어려우면 합작이 안된다”며 “코로나로 왕래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 감독과 일본 관객이 만나는 온라인 토크 이벤트 같은 것을 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교류 세션 토크에 참가한 주혜자 연극연출가와 나카시마 사토 극단 포틴플러스 대표는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와 후쿠오카 예술가들의 교류인 ‘왔다갔다 아트 페스티벌’을 통해 만난 사이다. 주 연출가는 “바다를 건너 이뤄진 교류를 통해 지역예술 방향이 수도권이 아닌 국제교류에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SNS로 교류를 이어왔고, 최근 부산에서 열린 세계여성공연예술축제에 극단 포틴 플러스가 온라인 공연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나카시마 대표는 “주혜자 씨가 알려준 한국 라면을 지금도 찾아서 먹고 있다”며 “이런 작은 축적이 끈끈하고 강한 유대감을 만든다”고 이야기했다.
종합토론 ‘新조선통신사를 통해 바라본 한·일 갈등의 문화적 회복’에서는 갈등과 분노를 조장하는 정치 문화와 콘텐츠 산업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토론 참가자들은 “그래서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경험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류가 강제되어서는 안되지만 계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나리카와 연구원은 “합작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감독이나 프로듀서가 영화제에서 처음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강신주 철학자는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지도 만들기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혐오의 지도’가 횡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주혜자 연출가는 “향기나 바람을 느끼며 자기만의 지도를 만드는데 있어 예술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도구이자 매체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24일 오후 7시 30분부터 부산 동구 범일동 영가대에서는 2021 조선통신사 축제 ‘해신제’가 열렸다. 바다의 신에게 조선통신사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제례의식이다. 올해 해신제에는 초헌관 심봉근 전 동아대 총장, 아헌관 강석환 초량왜관연구회 회장, 종헌관 한태문 조선통신사학회 부회장이 참석해 조선통신사 문화교류 사업을 축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