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대선주자, '국민연금'에 응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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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경제부 금융팀장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뜬다. 유통업계, 금융업계를 비롯해 모든 B2C(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래) 기업들이 MZ세대로 대표되는 청년 고객을 공략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한다. 기업보다 더 청년 세대의 마음을 얻고 싶은 이들도 있다. 바로 내년 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다.

청년 세대를 잡지 못하면 대권을 잡지 못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이번 대선에선 어느 선거보다 다양한 청년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청년 기본소득 지급 △군 장병 사회출발자금 시행 △대학 학자금 무이자 융자 △청년 안식년 제도 도입 등등. 어떤 후보는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생전 처음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기도 한다. 군 복무를 마친 청년들에게 주택청약 가점 5점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은 후보 간 베끼기 논란까지 일었다. 그런데 정작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 중 하나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국민연금이다.

고령화·저출산에 연금 고갈 초읽기 불구
유력 후보들, 문제 논의에 애써 소극적
이해 당사자 대립에 표 잃을까 노심초사?
‘욕먹을 용기’ 내어 개혁 방안 제시해야

지난 23일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회 미래연구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국민연금의 경우 현재 9%인 보험료율이 2060년에는 29.3%가 돼야 연금제도가 유지되고 2070년에는 34.7%가 돼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연금 수급자 현황을 분석해 “100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는 2012년 28명에서 올해 4월말 기준 125명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고, 이들에게 지급한 총지급액도 같은 기간 2배 이상 늘어났다”며 “국민연금 개혁이 시급한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갑작스럽거나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지난해 6월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사회보장정책분석 보고서’도 오는 2040년 국민연금이 적자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굳이 지난해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이미 수 년전부터 예상됐던 시나리오다. 심각한 고령화와 저출산율은 시나리오 속 ‘둠스데이(최후의 심판일)’ 일정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이렇듯 오래전부터 둠스데이는 서서히 혹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는데 정치권은 덤덤하기만 하다. 왜일까. 국민연금 보험료 조정에 대한 상반된 이해를 가진 사람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정치권은 이들의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괜히 이야기를 꺼냈다간 표 잃기 십상이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국민연금 개혁은 정치인들 사이에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가 됐다. 방울을 달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무도 그 방울을 달려 하지 않는다.

결국 얼마전 여당의 한 청년위원이 자당 대선주자들에게 국민연금 개혁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에 대해 공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해당 위원은 “최악의 상황은, 지금 결정해야 할 베이비붐 세대의 기성 정치인들이 결정을 뒤로 미루고 그대로 노년이 되어 은퇴하는 것”이라며 “그들이 가장 큰 세대집단이 되어 거대한 연금수호 기득권 세력으로 뭉친다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여당의 대선주자 대부분은 이 청년위원의 외침에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단 한 명의 후보만이 연금 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하고 쟁점화에 나섰을 뿐, 유력 후보들은 입을 닫고 있다. 지지세가 큰 후보일수록 잃을 것도 많다는 판단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야당 대선주자 중에서도 적극적으로 연금 문제를 거론하는 후보는 손에 꼽힌다.

더이상 늦출 순 없다. 이젠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 대선은 가장 좋은 시기다. 대선주자 각자가 국민연금 개혁을 공약으로 천명하고, 누구든 당선 후 약속을 지킨다는 명분 하에 개혁을 굳건히 밀고 나갈 때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테다. 이번 선거를 놓치면 다시 5년이라는 시간이 공(空)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그 시간만큼의 부담이 청년 세대의 어깨 위에 무겁게 지워진다.

처칠은 ‘용기야말로 지도자가 지녀야 할 첫째 덕목’이라고 했다. 무엇에 대한 용기인가. 기자는 ‘옳은 것을 행하기 위해 욕먹을 용기’라 말하고 싶다. 대선주자들에게 바란다. 이제는 욕먹을 용기를 내어 국민연금 개혁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주시길 바란다. 그리고 청년 세대들에게 당부한다. 당장의 달콤한 여러 지원책도 중요하겠지만, 국민연금 개혁을 떳떳하게 약속하는 대선주자에게 더 많은 점수를 주기를 당부한다. 그것이 향후 이 나라 경제활동의 중심이 될 그대들을 위한 일이고,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일이다.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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