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일기] 부산대 총장은 공개사과 하라
탁경륜 사회부

“입학전형 공정관리위원회(이하 공정위)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비밀에 부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입시 부정 의혹’을 취재할 때마다 매번 부산대 대학본부가 기자에게 앵무새처럼 했던 답변이다.
부산대가 공정위의 정체를 꼭꼭 숨기면서 일관되게 내세운 가치는 독립성과 조사 결과의 신뢰성이었다. 25명의 위원들은 부산대가 설치한 공정이라는 이름의 ‘암막’ 속에서 4개월간 조 씨의 입학 서류를 검토했다.
8월 대학본부는 “조 씨는 앞서 재학 중이던 대학의 전적 성적이 3위였다”며 “입학 성적은 우수한 편이었지만 제출한 서류가 사실과 달라 입학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브리핑을 맡은 박홍원 교육부총장의 모습에서는 ‘성적이 좋아 입학은 문제될 게 없었지만 원칙상 취소한다’는 당당함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지난 1일 조 씨의 학부 성적이 지원자 중 3등이 아니라 24등인 것으로 밝혀지자 대학본부는 ‘공정위가 제출한 보고서를 그대로 발표한 것뿐’이라며 발뺌했다. 발표 때의 당당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시민들은 분노했다. 결국 지난 7일 ‘얼굴 없는’ 공정위 위원장은 오류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공정위는 “분석 결과를 자체 조사 결과서로 옮기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부산대가 그토록 강조해 왔던 신뢰는 오류라는 어설픈 변명 하나로 뭉개지고 말았다.
전국을 속인 기자회견 이후에도 부산대의 반성은 없었다.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지난 14일 교내 구성원들에게 서한문을 보내 유감을 표했다. 차 총장은 서한문에서 “공정위 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해 무거운 마음으로 수리했다”며 “뜻밖의 일이 발생해 대학구성원들에게 걱정을 끼쳐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부산대의 발표를 신뢰했던 시민들을 향한 사과도, 사건 경위를 추가로 밝히겠다는 약속도 없었다.
차 총장에게 이번 사태는 그저 얼굴도 없는 공정위원장이 저지른 ‘뜻밖의 실수’에 불과했다.
대학본부가 그토록 강조하던 독립성은 ‘책임소재로부터의 독립성’이었던 것일까? 공정위의 결과를 그대로 발표했고, 공정위 위원장이 사퇴했으니 문제 없지 않느냐는 대학본부의 태도가 딱 그 모양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번 사태를 부산대 공정위의 실수가 아니라 부산대의 과오로 기억할 것이다. 포털 검색창에 부산대를 치면 조민 관련 뉴스가 가장 많이 뜬다. 부산을 대표하던 국립대의 위상은 간데없고, ‘조민대학교’로 전락해 버린 것 같다는 비아냥이 들리는 지경이다.
차 총장이 정말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다면, 비공개로 선발해 누군지 알 수도 없는 위원장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공개적인 사과와 납득가능한 해명을 부산대에 요구한다. tak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