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주차장 오물테러' 두 달 만에 사과…"선처 부탁"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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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에 뿌려진 흰색 오물. 독자 제공 차량에 뿌려진 흰색 오물. 독자 제공

부산지역 아파트 지하주차장 두 곳을 돌며 주차된 차량들에 오물을 뿌린 50대 여성의 가족이 두 달만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앞서 지난 7월 23일 부산 강서경찰서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 70여 대에 흰색 오물을 뿌린 혐의(재물손괴)로 50대 여성 A 씨를 검거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2일 오후 8시 30분께 부산 강서구 명지동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을 돌아다니며 소변과 치약 등을 섞은 오물을 주차된 차량 70여 대에 뿌린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해 A 씨를 현장에서 붙잡았으나, 정신이상 증세를 보여 응급 입원 조치했다.

당시 한 주민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야밤에 긴급 안내 방송까지 나와 온 입주민이 주차장에 모여 욕하면서 난리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A 씨 측은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이 지난 최근에야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27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피해를 입었던 아파트에 게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과문을 촬영한 사진이 공개됐다.

자신을 A 씨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작성자 B 씨는 사과문에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경황이 없어 이제서야 연락을 드리게 됐으며,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자초지종을 설명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피의자 A 씨 가족이 올린 사과문.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피의자 A 씨 가족이 올린 사과문.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B 씨는 "저희 어머니로 인해 240명 이상의 차량 주인분들께서 피해를 입었다"며 "아직 오물 성분의 정확한 감식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성분이 어찌됐든 피해자분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쾌하시리라 생각된다"고 했다.

이어 "절대 악의가 있거나 계획적인 행동은 아니었고, 어머니의 정신적 문제로 인한 우발적인 상황이었다"며 "몇년 전 아버지와 단절한 후 조현병 증상이 발병했으며, 호전됐지만 약을 잘 챙겨드시지 않아 최근 병세가 다시 심해지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입힌 적은 처음"이라며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보호자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B 씨는 "어머니와 가깝지 않은 거리의 타지 생활과 현재 군 복무로 인해 보호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또 다른 사건 몇 가지가 있어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보호입원 중이고 뒷수습 중이다. 꾸준한 치료와 보호를 통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다만 피해를 모두 보상하기에는 금전적 부담이 크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B 씨는 "입주민들의 스트레스와 시간적, 금전적 피해를 생각하면 진심으로 너무나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염치 불구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처를 부탁드리고 싶다. 피해 입은 분들의 수가 너무 많고, 금전적 보상을 하기에는 제 선에서 감당이 되지 않아 이렇게 부탁드린다. 보호자이자 자식된 도리로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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