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1] ‘영화의 바다’ 빠지기 전 ‘맛집의 바다’로
[26회 부산국제영화제] 맛집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영화의 바다’에 빠져볼 생각으로 부산에 왔더라도 배는 채워야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행사장 인근인 해운대구, 동래구에서 가볼 만한 식당 4곳을 소개한다.
유림가든
동래구 안락동 유림가든
‘정성과 시간’으로 우린 곰탕
동래구 안락동 SK뷰아파트 왼쪽에 자리를 잡은 유림가든에서는 세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 부드러운 한우곰탕, 고소한 한우전골 그리고 푸짐한 쌈밥이다.
한우곰탕은 ‘정성과 시간’으로 만든 음식이다. 매번 4차례에 걸쳐 12시간씩 펄펄 끓는 물에 뼈를 끓여낸 국물이니 맛이 없을 리가 없다. 국물은 깔끔하고 상쾌한 게 특징이다. 나중에는 고소한 느낌까지 난다. 국물이 식어도 산뜻한 맛은 변하지 않는다.
쌈밥은 점심특선이다. 여섯 가지 반찬에 고등어조림, 고추장불고기, 된장찌개로 구성된 음식이다. 철마다 반찬은 조금씩 다르다. 음식에 넣는 된장, 간장 등은 경남 합천에서 담근 걸 사용한다. 쌈밥은 그야말로 ‘엄마의 손맛’이 제대로 들어간 음식이다..
한우전골은 날씨가 쌀쌀해지면 인기를 얻는 메뉴다. 팽이버섯, 애호박, 당근, 양파, 파 등 일곱 가지 채소와 당면, 소고기를 넣어 끓여 먹는 음식이다. 육수는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다. 끓이면 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유림가든/쌈밥 7500원, 한우곰탕 8000원, 한우전골 4만~6만 원, 돼지고기 생오겹살(100g) 6500원, 갈매기살(100g) 6900원.
동해남부선
기장군 일광면 동해남부선
입에서 사르르 녹는 붕장어초밥
기장군 일광면 동해남부선의 대표 요리는 붕장어초밥과 붕장어덮밥이다. 부산 시내를 아무리 돌아다녀봐도 이 메뉴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동해남부선의 붕장어초밥은 입에서 사르르 녹는 것처럼 부드럽다. 장어 특유의 고소한 맛은 더 강해진 느낌이다. 비릿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파도가 일지 않는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 두 팔을 벌리고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는 기분이다.
붕장어덮밥은 겉모습만 보면 민물장어덮밥과 흡사하다. 물론 식감이나 맛은 완전히 다르다. 느끼한 맛은 전혀 없고 고소하면서 향긋하다. 붕장어덮밥을 먹는 방법은 이색적이다. 밥과 붕장어를 비벼 먹어야 한다. 고기가 부드럽고 연해 숟가락으로 비비면 금세 산산조각 난다.
고등어 초절임인 시메사바도 동해남부선의 대표 메뉴다. 고등어를 물에 살짝 데친 것처럼 부드럽고 담백한 게 특징이다. 소금에 절인 음식이지만 짠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고등어지만 비린내도 없다.
△동해남부선/붕장어초밥 1만 5000원, 붕장어덮밥 2만 원, 붕장어회 2만~4만 원, 붕장어구이 4만 5000원, 시메사바 2만 원.
장산왕족발보쌈
해운대신시가지 장산왕족발보쌈
25년 역사에 담긴 부드러운 맛
올해 개업 25주년을 맞은 장산왕족발보쌈은 해운대신시가지 역사와 발걸음을 같이 하는 식당이다. 사장이 자랑하는 이곳의 장점은 좋은 재료다.
족발을 삶을 때에는 감초, 정향, 팔각, 천궁, 당귀, 월계수 잎, 대추를 넣는다. 여기에 마늘, 양파, 대파, 키위를 더 넣는다. 족발은 신선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조금씩 나눠 하루에 두세 번 삶는다.
족발 고기는 야들야들하다고 할 정도로 부드럽다. 게다가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도 습기가 마르지 않고 촉촉하다. 맛은 너무 강하지 않고 적당하게 은근하다.
깻잎, 피망, 오이, 양배추, 해파리가 들어간 냉채족발에는 레몬소스가 포인트다. 마늘, 겨자, 설탕, 식초, 소금에 레몬을 갈아 넣어 매콤새콤달콤한 맛을 낸다. 상큼한 느낌의 레몬 향과 고기의 조합은 매우 이색적이다.
수육 고기는 가부리살(덧살)이다. 백김치에 밤, 미나리, 양파, 배, 무를 넣은 보쌈김치와 수육 고기 한 점을 넣으면 최고의 맛이다. 적당히 달콤하고 매콤하다.
△장산왕족발보쌈/족발·보쌈 2만 7000~3만 7000원, 냉채족발·불족발 3만~4만 원, 쟁반막국수 6000원.
꼬리집
동래구 수안동 꼬리집
소꼬리 요리만 48년 ‘깊은 맛’
지하철 수안역 근처의 숨은 맛집이다. 식당 대표인 노영수 씨는 고집스럽게 소 꼬리 요리만 48년을 이어왔다고 하니 그 깊이를 알 수 있다.
꼬리집에서 최고의 대표 메뉴는 꼬리곰탕이다. 육수는 사골, 갈비뼈, 잡뼈를 넣어 끓이다 물을 버린 다음 갈비기름을 넣고 다시 끓인 것이다. 시골에서 아버지가 자식들을 기다리면서 하루 종일 끓여낸 곰탕처럼 뽀얀 국물이 특징이다. 국물 맛은 진하면서 고소하고, 꼬리 고기는 부드럽고 연하다.
꼬리수육과 모듬수육도 인기 메뉴다. 꼬리 수육은 소 꼬리 고기로만 이뤄져 있다. 모듬수육은 소 양과 사태, 도가니로 구성돼 있다. 적당히 씹는 느낌을 주는 소 꼬리 고기 맛은 일품이다. 도가니는 뜻밖에 질기지 않고 이에 달라붙지도 않아 먹기 편하다.
수육은 물과 고기만으로 3시간 정도 삶는다. 물과 고기 외에 들어가는 첨가제는 없다. 간장, 식초, 물에 설탕, 파, 다진 고추를 넣어 만든 소스도 일품이다.
△꼬리집/도가니탕 1만 2000원, 꼬리곰탕 1만 3000원, 꼬리곰탕(특) 1만 6000원, 모듬수육 2만~2만 5000원, 꼬리수육·도가니수육·모듬전골 4만~5만 원.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