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새고 곰팡이 득실… 원도심 작은 학교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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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의 한 학교에서 누수가 발생해 벽 페인트 칠이 부풀어 벗겨지고 천장에 곰팡이가 슬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8일 오후 1시 부산 중구 A학교. 1953년에 준공돼 올해로 68년이 된 곳이다. 수차례 페인트를 덧칠한 복도 벽은 이틀 전에 내린 비가 채 마르지 않아 축축했다. 오래된 건물 내부에 생긴 실금으로 빗물이 그대로 스며든 것이다.

비가 오면 벽이 물주머니처럼 불룩해지고, 곰팡이로 얼룩진 천장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건 예사다. 언제 비가 올지 몰라 각 층 복도마다 물통과 마대가 비치돼 있었다. 학생 이 모(14) 군은 “장마철에는 아예 천장에서 물이 줄줄 흐른다”고 말했다. A학교는 지난해 내진성능평가에서 ‘불합격’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학교가 오래됐다며 입학시키길 꺼릴 정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교육청 ‘교육 균형발전’ 헛말
학생 수 적다고 시설 투자 외면
‘그린스마트’ 배제, 통폐합 부추겨
타 지역 학교 56곳 늘어날 때
소규모 원도심 학교 6곳 줄어


부산시교육청이 ‘교육균형발전’을 목표로 내세운 지 18년이 됐지만 오히려 원도심 교육 지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시교육청이 A학교 같은 소규모 학교는 시설 개선 사업에서 제외하는 등 원도심 학교 통폐합을 재촉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빈익빈’ 상황인 것이다.

부산시의회 문창무 의원(중구)이 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원도심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6곳이 줄었지만, 비원도심은 오히려 56곳이 늘었다. 학교당 학생 수도 크게 차이 난다. 원도심의 학교당 평균 학생 수는 초등학교가 319명, 중학교가 289명이지만 비원도심은 초등학교가 537명, 중학교가 456명이다. 학교 수와 학교당 학생 수 모두 격차가 심각하게 벌어졌다.

원도심에 있는 소규모 학교에 대한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A학교는 올해와 내년도 시설 개선 사업인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사업에서 배제됐다. 교육청은 40년 이상 노후 학교를 대상으로 시설 개선 사업을 추진했지만 대상 조건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학생 수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대상 조건인 초등 240명 이상, 중등 300명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학생 수 235명인 A학교는 해당 사업에서 탈락했다. 지원이 더 필요한 학생들이 외려 지원에서 배제되고, 그런 현실이 학생 감소를 부채질하는 것이다.

부산시교육청이 내세운 교육균형발전계획의 구체적인 방안들도 개별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균형발전계획 중 원도심을 위한 정책들은 통합방과후교육센터 확대, 문화예술탐방프로그램, 지역탐방프로그램 지원 등 학생 개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원도심 노후학교 시설 개선 등 학교의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은 빠져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 정책기획과 배선영 사무관은 “교육균형발전계획을 시작할 당시 문제로 지적된 학생 개인 생활수준 격차해소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원도심 학교 자체를 위한 정책은 다소 빠졌다”며 “계획 5단계에 반영할 수 있도록 현재 원도심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용역을 맡겨 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도심 학생 수가 줄어들어 통폐합이 거론되는 현 시점에서 원도심 소규모 학교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인제대 오세희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지원 대상을 학생 수로만 볼 게 아니라 1동 1학교 등 뚜렷한 원칙을 세워 원도심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교대 성병창 교육학과 교수도 “학교에 대한 생각을 바꿀 때”라며 “학교가 학생만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중심축으로 거듭난다면 원도심 소규모 학교에 존재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은샘·이상배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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