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지나도 의미 있는 팬데믹 시대 영화제 모습 담았죠”
‘썬메이’ 이선민 작가

“시간이 흐른 뒤 표지를 봤을 때 ‘아 코로나 시대엔 그랬었지’라는 느낌이 들도록 팬데믹 시대 영화제를 즐기는 설렘을 담고 싶었습니다.”
28일 발행된 <부산일보> 부산국제영화제(BIFF) 별지 표지 작업을 맡은 ‘썬메이’(인스타그램 @ssunmay) 이선민(30) 작가의 말이다. 부산 출신인 이 작가는 부산을 거점으로 기업 로고나 제품 패키지 디자인과 일러스트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부산일보 ‘BIFF 별지’ 표지 작업
취미로 시작한 일러스트 6년째 계속
부산 기업 개성 살릴 디자인에 도전
“처음 표지 작업 제안을 받았을 때는 그때 하고 있던 다른 작업이 많아서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미국 잡지 <뉴요커>처럼 일러스트로 시대상을 담아낸다는 기획이 좋았고, 그동안 상업적 작업을 많이 했는데 의미 있는 작업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선뜻 참여하게 됐습니다.”
표지를 구석구석 살펴보면 캐리어를 끌고 상영관에 온 사람, 레드카펫 현장에서 틱톡이나 인스타 같은 SNS로 생중계하는 사람, 상영관 입장 전 온도 측정을 하는 모습까지 영화제의 현 상황과 영화 축제를 즐기는 다양한 군상의 모습을 담았다. 이 작가의 작업은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제 별지의 표지 일러스트로 탄생해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 작가는 사실 미술학도가 아니었다. 부산대 주거환경학과(현 실내환경디자인학과)를 다니던 당시 취업 준비를 하면서 취미로 그린 일러스트 작업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같은 과 선후배나 동기처럼 가구회사나 건축사 사무소에 이력서를 내며 평범하게 취업 준비를 하던 학생이었다.
“첫 작업은 SNS에서 유명해진 작가의 시를 책으로 만드는데, 그 시에 맞는 일러스트를 그려달라는 제안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때는 이 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도 안 했고 지금 돌아보면 말도 안 되는 마감 시간과 계약 조건이었는데도, ‘아 가슴 뛰는 일이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죠.”
우연히 시작한 일이 한둘씩 늘어나고, 함께 작업한 기업이 또 다른 기업을 소개해 주는 일이 이어지며 프리랜서로 벌써 6년째 작업을 하고 있다. 뜻밖의 해외 진출도 했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영국 회사의 한국인 임원이 이 작가가 작업한 부산의 한 카페 포스터를 보고 연락을 취해 온 거다.
“영국 런던에서 요식업을 하는 회사였는데 카페 로고부터 메뉴, 굿즈까지 디자인해 달라는 의뢰를 받고 참여를 했죠. 일본식 카페인 ‘카페 모리’의 로고와 캐릭터까지 만들게 됐는데 런던에 갔을 때 그곳 현지인들이 제가 디자인한 ‘모리짱 가방’을 구매하는 것을 보고 정말 짜릿했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모모스 커피, 블랙업 커피, 커피 미미, 라라관, 박수식당 같은 부산의 크고 작은 카페·요식 기업과 함께 작업을 해 왔다. 작업마다 각 업체 개성이 담겼다. “업체와 작업을 할 때는 ‘썬메이’의 개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업체의 스토리를 담아 모두 다른 디자인을 하는 데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이 작가는 오래도록 부산에서 일러스트 작업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과 농담으로 ‘이래서 둘째를 낳는구나’라는 말을 해요. 작업할 때는 힘들고 지치지만, 결과물을 보면 힘이 샘솟아서 부산 기업들의 개성을 잘 살려주는 디자인 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사진=강선배 기자 k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