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34. 일상의 행위를 풍경으로 기록하다, 허찬미 ‘작은 다윗’

허찬미(1991~)는 부산 출신으로 2016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기획전과 부산비엔날레 등 활발히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작가이다. ‘작은 다윗’은 2018년 부산시립미술관 전시를 위해 제작한 작품이다. 작가가 느끼는 불안감, 불면, 끊임없이 움직이는 상황 속에 놓인 자신의 의지를 잡초가 있던 풍경으로 그려낸 작업이다. 작가는 하루가 시작되는 경계가 되는 소재가 ‘이불’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작품의 도구로 사용했다. 바닥에 장지를 깔고 이불을 마치 붓처럼 사용하여 그린 작업이다.
작가는 자신의 걸음을 기준으로, 집으로부터 1819보의 지점들을 걸어다니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풍경들을 회화로 기록하기 시작했고 ‘작은 다윗’은 그 출발점이 된 작업이다. 작가가 풍경을 그리는 방식, 구체적으로는 ‘그리는 도구’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좀처럼 붓을 들어 그리는 것이 꺼려졌던 작가는 직접 붓을 만들거나 자신의 신체를 붓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작가와 가까운 도구들을 회화의 도구로 끌어들였고, 작가를 구성하는 도구로 작품은 풍경으로 표현되었다.
허찬미는 주로 사회적으로 승인받지 못하거나 한편에 밀려난 것이나 망각되고 사라져가는 것을 위한 자리가 존재하고, 이는 작가 개인의 내밀한 과거 경험에서 시작하여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마주한 존재들을 마치 일기를 기록하듯 담담하게 캔버스 화면 위에 정착시킨다. 하지만 이는 사건 중심의 일기라기보다는 아주 개인적이어서 포착의 대상이 되기 어려운, 그저 자연스러운 일상 행위의 연속과 같다.
이러한 차원에서 그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시작으로 자신의 삶의 반경에 존재하는 익숙한 물질에 대해 내밀하게 반응하고 작업을 위해 그것을 도구화하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도구의 문제에서 시작하여 그 도구로 표현하는 이미지의 문제로까지 나아가게 된다. 이를테면 처음 받아든 종이를 펴는 행위에서부터 시작해 주변을 거닐며 마주한 주목받지 못했던 것들을 화면에 수놓는 식이다. 작가는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것을 잠시나마 붙잡아두기 위해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주제 의식은 현재의 작업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허찬미는 공동의 기억을 호출하고 작품으로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우경화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