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공급 확대' 부동산 정책 연착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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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경 경제부 건설부동산팀장

정부가 최근 논란이 됐던 고분양가 심사제도 심사 기준을 개선하고 중대형 주거용 오피스텔을 양성화하는 등 도심 주택 공급 규제를 대폭 풀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민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공급 확대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것이다. 막무가내로 ‘때려잡기’식의 고강도 규제책만 쏟아내다 뒤늦게나마 공급 빗장을 푼다는 신호를 준 것은 일단 시장에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도심 난개발과 투기 조장, 오피스텔 고분양가 논란 등 벌써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만큼 주도면밀한 대책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HUG 고분양가 심사제도 7개월 만에 ‘손질’
부산 등 막혔던 아파트 분양 늘어날지 주목
‘오피스텔 도시형주택’ 도심 주택공급 확대
투기 조장, 도심 난개발 등 우려 목소리도

우선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올 초 전면 개정한 고분양가 심사제도가 오히려 아파트 공급을 저해한다는 거센 비판이 이어지자 7개월 만에 다시 제도를 손질했다. HUG는 당초 분양가를 지나치게 억제해 분양시장을 왜곡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올 2월 심사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부산과 수도권 등에선 오히려 분양이 대폭 감소하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났다. HUG가 올해 7월까지 부산에서 발급한 분양보증 발급 건수는 28건으로 전년 동기(54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서울과 인천도 비슷한 수준이다. 인근에 최근 분양·준공된 사업장이 없는 경우 비교사업장이 부족해 심사 가격이 낮아져 분양을 기피하는 것이다. 일부 인기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경우 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는 후분양으로 선회를 추진하는 곳도 잇따랐다.

이에 국토부와 HUG는 단지규모와 브랜드 등이 유사한 인근 사업장 시세를 반영하고, 지역 분양가 수준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심사 기준 공개범위도 확대해 투명성을 강화한다. 올 초 졸속 개편으로 오히려 주택 공급에 걸림돌이 됐던 고분양가 심사제도가 이번 개편으론 아파트 분양시장 과열을 부추기지 않는 선에서 공급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도심 내 1~3인 가구의 대표적 주거형태인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공급 활성화 정책도 부동산 시장에 반향을 일으킬 전망이다. 정부는 사업 추진 기간이 아파트보다 훨씬 짧은 대체 상품 공급 확대로 도심에 신속히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전용면적 50㎡ 이하)은 ‘소형’으로 개편돼 허용면적이 2~3인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60㎡까지 확대한다. 공간 구성도 현행 ‘방 1개·거실 1개’ 구조를 최대 ‘방 3개·거실 1개’ 까지 확대할 수 있게 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바닥난방 기준도 확대해 3~4인 가구가 충분히 거주할 수 있게 바꾼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되지만, 주거기능을 일부 인정해 현재는 전용 85㎡ 이하만 바닥난방 설치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오피스텔은 발코니 설치와 확장이 불가능해 동일 면적 아파트에 비해 실사용 면적이 작다. 이에 국토부는 바닥난방 설치가 허용되는 면적 기준을 아파트 전용면적 85㎡와 유사한 전용 120㎡까지 확대해 도심 내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을 촉진할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규제 완화를 통해 대도시 도심의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전세시장의 안정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청약이나 대출, 전매 등 아파트 규제를 회피할 목적으로의 풍선효과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가뜩이나 최근 생활숙박시설로의 청약이 쏠리는 등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규제가 덜한 틈새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또 오피스텔 등은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아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도심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이 우후죽순 난립할 경우 해당 지역의 재개발 추진이 어려워 장기적으로 슬럼화 문제가 대두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꼭 필요하다.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를 위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정부가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면서 원룸형 작은 규모의 오피스텔 분양이 급감했다. 2018년 9000여 가구에 달했던 부산지역 오피스텔 분양물량은 올해 1614가구로 줄었다. 원룸형 오피스텔 보유에 따른 각종 세금 부담이 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리스크가 큰 소형 오피스텔 공급을 꺼리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정 규모 이하의 원룸은 주택 수에서 제외해야 소형 오피스텔의 원활한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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