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스가 노선 유지… 한·일 관계 획기적 변화 없을 듯
일본 새 총리 기시다 선출
과거사 문제로 경색된 한·일 관계 개선에 소극적이었던 스가 요시히데의 뒤를 이어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29일 새 일본 총리로 사실상 확정됐다. 기시다 정권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아베 신조, 스가 등 전임 총리의 정책 노선을 큰 틀에서 이어받은 채 완만한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 명문가 출신의 9선 의원인 기시다는 보수 성향의 자민당 내에서 한·일 관계를 중시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외무상이었던 2015년 당시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 내 한국에서도 친숙한 인물이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위해 압류해 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해 법원의 매각명령이 나오는 등 한·일 관계 해법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새 총리 선출이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당내 수장 교체만으로 꽉 막혀 있는 한·일 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금의 한·일 갈등은 한국 법원의 강제 징용 및 위안부 배상 판결과 이에 대한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에서 비롯됐는데, 이들 현안에 대한 그의 시각은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다. 더욱이 일본 내 여론 역시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기시다는 아베 내각에서 외무상을 지내면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공을 들였는데,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을 명시한 위안부 합의를 문재인 정부 들어 뒤집었다며 한국 정부에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또 일본이 태평양전쟁 기간에 저지른 가해 행위와 관련해 주변국에 사과를 계속하는 것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한국, 중국 등 주변과의 외교 갈등 사안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해서도 “적절한 방식으로 존숭의 뜻을 나타내겠다”는 입장을 말해 왔다.
이 때문에 새 정권에서도 과거사 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도모할 실마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최소한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이전 상태로 한·일 관계를 되돌려 놓겠다는 생각이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핵 문제에서는 양국 간 협력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일본은 자국에 위협이 되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만큼은 한국과 소통해 왔다. 한국 정부 역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일본의 협조를 받거나 최소한 묵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과의 현안인 납치 문제를 놓고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남을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생각을 밝혀 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체된 한·일 간 인적교류 회복에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박태우 기자 widene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