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사활 걸린 ‘8000억 과징금’ 해법 보인다
해상운송 업계 노사와 학계 등이 7월 부산 중구 마린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해운사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방침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부산일보DB
해운사 간 운임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이 지난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면서 해운업계 사활이 걸린 공정거래위원회의 ‘8000억 원대 과징금’ 문제 해법이 도출될지 기대를 모은다. 특히 농해수위 여야 의원들은 개정안 부칙에 문제가 된 동남아 항로 운임 담합 건에 대해서도 법 적용이 가능토록 명시했다. 개정안 입법 취지가 이번 과징금 문제 해결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해운사 운임 공동행위 허용 법 개정안
28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 통과
동남아 항로 운임 소급 적용도 명시
공정위 여전히 반대, 靑 역할 주문도
“첫 관문 통과… 정치권 지속 관심을”
앞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전날 법안심사소위에서 해운법상 공동행위 등 협약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대신 해운법을 적용토록 하는 내용의 해운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 골자는 공정위가 제재하려는 해운업계 운임 공동행위를 인정하고, 해양수산부가 해운법에 따라 이를 규율할 수 있도록 해 해수부와 공정위 간 불필요한 다툼을 방지하는 취지다. 특히 개정안 부칙 2조는 해운법 개정 규정을 법 개정 이전 협약에 대해서도 적용토록 하고 있다. 즉, 공정위와 해운업계가 현재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국~동남아 항로 운임 공동행위도 개정안 적용 범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2018년 목재 수입업계로부터 국내 해운사들이 동남아시아 항로 운임 가격을 일제히 올려 담합을 저지른 것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올해 5월 HMM(옛 현대상선) 등 국내외 23개 선사에 최대 8000억 원(전체 매출액의 10% 적용 시) 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를 채택했다. 이에 해운업계는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해운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주요 해운 선진국들도 역사적으로 선사들의 운임 공동행위를 허용해 왔고, 우리나라 역시 해운법에 따라 그간 선사들의 공동행위를 허용해 왔다는 점을 들어 공정위의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조성옥 공정거래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 출석, 해운법 개정안에 대해 “(법안이 통과되면)향후에도 해운사들의 운임에 관한 불법적인 담합행위에 대해 공정위의 법 집행이 어렵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정무위 일부 의원도 “특정 사건의 조사나 심결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의 법안이 국회에서 나오면 경쟁법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법안 처리와는 별개로 공정위와 해수부가 조속히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양 부처 간의 갈등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단 해운업계와 선원단체 등은 해운법 개정안의 ‘1차 입법 관문’ 통과에 기대감을 보였다. 한국해운협회 측은 “이제 겨우 첫 관문인 농해수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만큼 갈 길이 멀고, 신중히 지켜보겠다”며 여야 의원들의 적극적인 입법 노력을 촉구했고,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도 “한진해운 파산 이후 수백 명의 노동자가 실직한 아픔을 반복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공정위의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 방침은 해운업계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며 “만약 공정위가 끝까지 이를 강행하려 하면 해운업계 보호를 위해 국회는 국회대로 입법적 책임을 다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은 “법 개정 이전에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 등 정부 차원에서 부처 간 이견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