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일본’ 당·내각 2인자, 아베 측근들로 채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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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100대 총리에 오르게 된 기시다 후미오 신임 자민당 총재가 아베 신조 전 총리 측근들을 당과 내각 주요 보직에 앉힐 전망이다. 사실상 결선 투표에 힘을 보탠 파벌에 대한 보은 인사로 평가된다. 이로 인해 ‘파벌 정치’ 개혁을 외쳤던 젊은 의원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파벌의 ‘꼭두각시 정권’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현재 자민당 신임 간사장으로 아마리 아키라 당 세제조사회장이, 일본 관방장관으로는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간사장은 자민당 내 ‘2인자’의 자리로, 당의 자금을 관리하고 공천권을 쥐는 요직이다. 총리관저 내 2인자 자리인 관방장관은 일본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한다. 기시다 총재는 1일 간사장과 정무조사회장, 국회대책위원장 등 자민당 간부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 신임 간사장 유력 아마리
총재 선거 전 아베와 전략 논의
정부 대변인 역할 관방장관엔
‘친아베’ 하기우다 임명 유력

아마리는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 때 기시다 진영의 선거대책본부 고문을 맡았다. 지난 27일에는 아베 전 총리를 만나 결선 투표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아베 전 총리는 다른 총재 후보였던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을 지지하고 있었다. 특히 아마리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수장인 아소파 소속으로, 아베 전 총리와 가깝게 지내왔다. 아마리, 아베, 아소는 7년 9개월간 지속된 ‘2차 아베 정권’의 핵심이었다. 일본 정가에서는 이들을 이름 앞글자를 따서 ‘3A’로 부르기도 한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도 아베 전 총리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하기우다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소속이다. 호소다파의 실질적인 지주는 아베 전 총리다.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당과 내각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신임 간사장과 관방장관이 사실상 새 정권의 정체성을 정하고 추진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현재 유력한 후보들을 봤을 때는 기시다의 국정 운영이 아베 전 총리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아마리와 하기우다는 2019년 대한민국 수출 규제 등에 힘을 실어 한·일 관계를 악화시킨 인물들로 알려져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새 정권에서 아베와 아소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에 대해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인사가 단행되면 새 정권이 사실상 아베 전 총리의 꼭두각시 정권으로 비칠 수 있어 조만간 있을 중의원 선거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또 기시다 총재의 인선을 두고 ‘온건파’ 다운 행보라는 평가와 함께 기존 파벌 정치를 벗어나지 못한 비개혁적 인사라는 불만도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기시다의 총재 당선이 확정되자 중국은 이를 강하게 경계하는 모습이다. 기시다는 선거 과정에서 중국발 위협을 강조하는 등 대중 강성 발언을 해왔다. 환구시보는 30일 “기시다가 중국과의 경쟁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격해진 반중 감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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