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시민의 날, 그리고 부산대첩
유순희 부산대첩기념사업회 이사 부산여성신문 대표
부산시민의 날, 10월 5일이 다가오면 우리는 늘 아쉽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429년 전 임진왜란당시 부산앞바다에서 일어난 가장 큰 역사적 사건인 부산대첩 승전일이요,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목숨을 바쳐 부산 앞바다에서 왜적선 백 수십 여척을 격파하고 생존의 기틀을 마련한 의미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적의 본진을 초토화하여 조선수군이 재해권을 완전히 장악, 왜군의 수륙양병작전에 차질을 빚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조선을 지켜낸 결정적인 전투이자 오늘날 이 나라와 부산이 건재할 수 있는 바탕이 된 역사적인 날이다. 이름하여 부산대첩(부산포해전)은 부산 시민들에게는 무한한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상징적인 역사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수군들의 혼이 서린 해상 전투는 서해에서 남해 그리고 부산해상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지만 유독 우리 부산만은 이순신과 부산대첩의 역사를 제대로 조명해 내지 못하고 구국충혼의 흔적과 정신을 살려내는데 무관심한 듯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순신 장군은 1592년 임란 당시 한산해전, 명량해전, 노량해전, 부산포해전 등 4대 해상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 중 단연 으뜸은 부산포해전(부산대첩)이다. 조선수군이 왜군의 본진을 초토화하고 제해권을 장악해 왜군이 바다로 나올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든 ‘부산대첩’이야말로 조선을 지켜낸 결정적인 전투였다.
이처럼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구하는 최대 해전을 치렀음에도 부산은 ‘부산시민의 날’만 정해놓았을 뿐, 그 의미를 제대로 아는 이조차 없고, 성웅 이순신을 기리고 역사교육의 산 교육장으로 삼을 그 어떠한 기념비적인 공간조차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인근 통영이나 거제, 여수 등 타 도시와도 너무나 대조적이다.
통영과 거제만 해도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와 관련 유적지가 손으로 꼽을 수조차 없이 많고 하다 못해 길 이름마저 의미를 살려 도시 전체가 이순신의 충혼이 깃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조들의 구국정신을 시대정신으로 녹여내 후손들이 삶의 지표로 삼을 수 있도록 새기고자 하는 지자체의 노력이 엿보인다.
심지어 이순신 장군이 땅 한번 밟지 않은 통영은 이순신 장군과 한산대첩 관련 이야기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다. 한산대첩 광장(3300㎡)을 비롯 기념관, 세병관, 제승당 등 그 역사성은 물론이고 아름다운 풍광으로 통영의 명소가 되고 있는 ‘이순신 공원’은 통영시민의 자부심이라는 문화해설사의 자랑이 귓전을 맴돈다. 이뿐인가. 옥포 앞바다가 한 눈에 펼쳐지는 곳에 기념관과 사당, 승전기념비, 충(忠)자를 형상화한 참배단이 자리 잡고 있는 거제 ‘옥포대첩기념공원’은 거제시민의 역사문화의식이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각 지자체는 경쟁적이리만큼 이순신 마케팅에 혈안이지만 우리는 부산앞바다에 수장된 이순신과 장수들의 충정어린 애국애족정신을 잊고 있다. 지금이라도 소환해 부산시민정신으로 승화해 내야 한다. 아울러 소중한 역사문화유산으로 삼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글로벌 시대정신으로 발전시켜야 할 때다.
“사랑, 정성, 정의, 자력”의 정신을 부산 곳곳에 심고 도전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이 이웃과 부산사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도 시급하다.
다행히 우리 부산에게 기회는 찾아왔다. 부산포해전을 치른 승리의 장소, 북항 일대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가 추진되고 있다. 엑스포는 부산경제 부흥의 기회이자 세계도시로 도약하는 디딤돌이다. 부산의 브랜드를 알리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이 국제행사유치를 계기로 국가사랑과 애민정신을 느낄 수 있는 부산대첩기념공원과 기념관, 부산대첩로 등의 조성을 통해 세계인에 부산대첩 정신을 널리 알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