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90. 푸딩 ‘If I Could Meet Again(Remastered Deluxe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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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본격적인 음악가로 데뷔를 한 것은 2003년 밴드 푸딩의 첫 앨범 ‘If I Could Meet Again’을 통해서였습니다.

20년이 지나 이 앨범을 엘피로, 다시 후반 작업을 해서 선보이게 됐습니다. 이번 음반은 오리지널 외에 또 다른 녹음본이 추가되었는데요. 바로 음반 녹음을 위해 서울 동부이촌동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리허설을 진행했던 날의 자료입니다.

그렇게 큰 규모의 스튜디오에서의 경험 자체가 처음이었기에 몹시 긴장했었습니다. 소속사 모든 직원분이 업무를 끝내고 늦은 시간에 스튜디오에 도착을 했고, 저를 포함한 푸딩의 멤버들은 앞으로 녹음될 대표곡을 차례로 연주했었습니다.

고백하자면 그날 현장에 있던 모든 분은 기대와 함께 걱정으로 다들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를 포함한 밴드 멤버들도 또 소속사의 직원분들도 푸딩의 공연과 데모를 접한 경험은 있었지만, 이 음악이 온전한 녹음을 통해 음반으로 어떻게 들리게 되는지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작고 큰 긴장감이 촘촘하게 공간을 메우는 듯 다가왔고 피아노 앞에 앉은 저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죠. 연주가 이어지며 관객으로 앉은 여러 사람의 박수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박수 소리는 한 곡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점점 커졌지요. 몹시 긴장했던 저와 푸딩 멤버들도 헤드폰으로 전해져 오는 서로의 소리에 더 집중 할 수 있었고,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눈을 감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멤버들의 연주하는 모습과 소리가 눈앞에 보이듯 더욱 선명해져갔던 그 경험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공간을 메우고 있던 긴장도 사라졌지요. 그 공간에 있던 모든 사람이 서로에게 별 말 없는 미소로 ‘우리 모두 같은 생각을 가지고 느끼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그날 그 시간의 공기와 온도가 여전히 생생합니다.

이후 첫 음반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은 멤버들에게 더욱 커져갔고, 음반의 녹음은 밴드의 자연스러운 앙상블보다 당시의 가요나 팝과 같은 방식의 오버 더빙 방식의 보다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되었지요. 이후 오랫동안 저에게는 ‘그때의 결정이 달랐더라면 이 음악들은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궁금증과 아쉬움이 남아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이제 그날의 기록을, 푸딩의 음악을 기억해 주시는 많은 분과 함께 들어보고 싶습니다. 이 추가본은 ‘푸딩의 가장 푸딩다웠던 모습 그 기록의 사진 한 장’과 같다고 비유한다면 설명이 되려나요? 추가된 사이드에 ‘에필로그’라는 부제를 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무엇보다 푸딩의 음악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신 많은 분께 이 지면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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