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내달 통신연락선 복원” 文 임기 말 정상회담 이어지나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내달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밝혀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두 차례 담화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한 관계 개선 신호를 보낸 데 이어 김 위원장이 대내외에 공개되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이러한 의지를 보인 것이어서 임기 막바지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성적이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은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7월 27일 전격 복원됐다가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8월 10일부터 52일째 단절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및 군 통신선 등 남북통신연락선은 조만간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서 밝혀
사실상 남북관계 재개 ‘신호탄’
민주, 내년 대선 긍정 효과 기대
국힘, ‘남북 합작 평화쇼’ 냉소
이어 김 위원장은 “우리는 남조선을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 남조선은 북조선(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위기의식·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진전 여부가 남측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면서 북측의 군사훈련과 무기시험 발사 등을 도발로 간주하는 대북인식과 군비 증강을 거론했다. 물론 한·미훈련과 군비증강 중단 등은 남측이 수용하기 쉽지 않은 조치들이지만, 김 위원장이 언급한 ‘남측 당국의 태도’는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어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시정연설은 사실상 남북관계 재개를 위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 나아가 남북이 각각 정상회담 개최 필요성을 갖고 있어 국면전환을 위한 비대면 정상회담 등의 성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2건의 담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김 위원장의 발언 등 일련의 움직임을 종합적이고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면서 일단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북한이 전향적 메시지를 내고는 있지만,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등 아직은 의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최대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임기말 남북정상회담이 내년 3월 대선에 미칠 영향을 놓고 여러 가지 셈법이 조심스럽게 오간다. 더불어민주당은 남북 화해기조에 맞물려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대승을 거둔 것과 같은 효과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화를 통해 하나하나 징검다리 건너듯이 평화와 공동 번영의 길을 달려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선 국면에 접어드니 또다시 ‘남북 합작 평화쇼’가 시작된다면서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선거철이 되자 북한은 병도 주고 약도 주는 식으로 국민감정을 자극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2018년 지방선거 직전 이뤄진 도보다리 만남의 결과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허무했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