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에너지 글로벌 공략 히트 칠 때 다음 준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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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학 협력 브랜치 기업] 파나시아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맞닥뜨리고 있는 대학의 생존 위기와 이에 맞물린 청년 유출과 지방 소멸 위기, 수도권 일극주의와 경기 침체로 생사의 기로에 선 지역 기업들... 맞물린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부산지산학협력센터가 올 8월 문을 열었다. 센터 운영은 부산테크노파크가 맡게 됐는데, 산업기술단지 거점기능강화를 위해 브랜치 센터를 운영하며 연내 15호까지 개소하는 것이 목표다. 지-산-학 협력에서 3주체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 기업의 참여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3호 브랜치 센터가 된 (주)파나시아를 시작으로, 브랜치 센터 기업들의 기술 연구 개발 이야기를 들어본다.

선박평형수, 황산화물 처리 선두
수소·암모니아 기업으로 재도약
예견·초기 투자 등 ‘5막경쟁’도
‘사람 중심’ 앞세워 직원교육 우선
부산대와 손잡고 전문 인력 키워
수소 신규 R&D 기술개발에 총력

(주)파나시아가 2008년 선박평형수 처리장치, 2017년 선박용 황산화물 저감장치 개발로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쥔 뒤 지역의 대표적 친환경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수소시장 선점을 위해 수소추출기 ‘파나젠’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부산시와 암모니아 친환경에너지 규제자유특구를 준비 중인 파나시아의 이수태 대표를 만나 ‘한 발 빠른’ 기술 개발 이야기를 들어봤다. 파나시아에는 지난달 29일 부산지산학협력센터의 브랜치 3호 센터가 개소하기도 했다.



■“대기도 환경이지만 수질도 환경”

부산대 기계공학과를 나와 1981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 대표는 퇴사 후 1989년 사업을 시작했다. 1997년 IMF 위기 때 큰 회사들이 여기저기서 넘어지는 걸 보며 조선에만 너무 기대서는 안 되고, 플랜트 쪽으로 또 육상으로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기존 제품들에는 각자 ‘스타플레이어’들이 있으니 진입이 쉽지 않았고, 새로운 법규에 의해 생기는 신규장비라야 같은 출발선상에서 시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선박 기름 유출 사고 등 각종 사건들을 겪으며, 또 지구온난화와 오존층 파괴에 문제의식을 가지며 앞으로는 ‘환경’ 분야의 기술이 많이 필요해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무렵 현대중공업 후배가 “대기도 환경이지만 수질도 환경입니다”란 얘기를 했다. 그동안 수질 하면 폐수 규제와 정화만 알았지 선박에 들어갈 환경장비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던 터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선박평형수에 들어 있는 외래 생물종 제거를 위해 살균이 필요해지고 이를 의무화하는 규칙이 10년 내 발효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 길로 이 대표는 자외선 살균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터졌던 2008년 선박평형수 처리장치가 개발됐다. 그 뒤 엄청난 매출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막대한 설비 투자를 했지만 850억 원 최고 매출을 찍은 뒤 매출이 하락했다. 로비 때문에 규제 적용 시기가 자꾸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탈황설비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2017년 선박용 황산화물 처리장치를 개발했고 이 제품이 3550억 원 매출을 찍을 정도로 히트를 쳤다.

■“영원히 인기 있는 제품은 없다”

5막경쟁. 이 대표가 직원들에게나 후배 기업인들에게 자주 해주는 얘기다. 1막에선 먼저 예견 경쟁을 하고, 그 다음 준비 경쟁을 하며, 다음은 초기시장 경쟁을 한다. 다음으로는 주류시장 경쟁, 정상기 경쟁에 이르러 최종 승자가 되는 것이다. 준비 경쟁에는 관련 인재를 모으고 기술 개발과 특허분석, 분쟁 소지 분석, 기술 독점권 분석 등을 하는 것이 포함된다.

특히 어느 제품이든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에 포물선을 그리듯 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를 맞는다. 한 제품이 히트를 칠 때 다음 제품이 진입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회사가 지속가능하다. 이 대표는 파나시아가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비결로 “먼저 보고 먼저 투자하고 한발 빠르게 치고 나간 것”을 든다.

2014년 미국에 가 미국의 4차산업혁명 기술과 로봇,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접한 뒤로는 한국으로 돌아와 스마트팩토리 시범공장을 시작하기도 했다.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

이 대표는 파나시아가 지금에 이를 수 있었던 핵심 비결로 ‘사람 중심’을 꼽는다. “기업과 관계된 모든 것들이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투자자도 사람이고, 내부고객이라 할 수 있는 직원, 외부 고객은 물론이고, 규제와 관리감독을 하는 정부도 결국 사람이잖아요.”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내부고객인 직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대표는 ‘직원 교육’을 경영의 가장 핵심에 둔다. “힘겹게 400만 원으로 장림에서 공장을 시작했을 때였어요. 월급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고 작은 회사다 보니 직원들 교육 수준이 높지 않았어요. 근데 이 친구들이 5만 원 더 준다고 딴 데 가버리고, 술 한 잔 먹고 나면 결근하고…. 그러니 공장이 돌아가지가 않아요. 이때부터 직원들 책을 읽히기 시작했어요. 야간대 사이버대 통신대 어디든 들어가면 학비 대주고 학사를 얻게 했어요. 그 뒤 매출 50억 정도 할 때는 일본에 직원들 연수도 보냈어요.”

그 때 주변에서는 그 경력 쌓아 이직하면 어떡하려고 그러느냐, 돈이 얼마나 많기에 그러느냐 말들이 많았지만 “교육시켜서 나간다 해도 우리나라 어디 가서 일할 거 아니냐. 인재 양성이 내 보람이다”며 버텼다. 지금도 부장급 이상 회사 중역이 되면 MBA 과정 등에 보낸다.

또 파나시아의 직원이면 무조건 두 달에 한 권씩 책을 읽어야 한다. 독후감으로 시상도 한다.

“그랬더니 오히려 직원들이 장기근속을 합니다. 스스로가 업그레이드되니 삶의 질이 높아지고 가족들의 만족감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는 뽑을 인재가 없다, 우수 직원이 오지 않는다고 기업들이 탓하고 있을 게 아니라 직원들을 교육시켜 수준을 끌어올리고, 집단지성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파나시아는 최근 주니어보드 칭찬시스템도 만들어 ‘행복한 배움의 일터, 해피워크캠퍼스’를 실현한다고 했다.



■지산학협력에 뛰어들다

파나시아는 최근 부산대와 협력해 부산대 기계대학원 내에 그린설비융합전공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 학과에는 올해 2학기부터 2년마다 파나시아 인력 10명이 입학해 10년간 50명의 석사 전문인력이 양성될 예정이다.

“지산학센터가 앞으로 해야 할 일도 대학이 기업과 인재 채용에 관한 교류를 하고, 대학이 지역 특화 산업에 맞춘 연구개발을 하고 프로그램을 연속적으로 만들 수 있게 돕는 겁니다.”

파나시아는 부산 기업 중 처음으로 부산지산학협력센터 브랜치 3호 센터가 됐다. 브랜치 센터는 지산학협력센터의 지점 개념이다. 파나시아는 지역 수소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신규 R&D 기획과 친환경에너지 분야 신산업 발굴, 수소산업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파나시아가 선도기업으로서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잘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테슬라도 특허소스를 개방해 모두와 공유했습니다. 오픈시키고 질문을 주고받는 가운데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글·사진=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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