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과 24년째 이어온 인연, 코로나 시국에 더 빛났죠”
홍법사 주지 심산 스님

“강산이 2번 변할 동안 맺은 인연, 코로나 시국에 더 빛이 났지요.”
부산 금정구 홍법사 신도들과 심산 주지 스님은 올해 코로나로 신음하던 몽골 우브르항가이에 20만 장이 넘는 마스크를 공수했다. 199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심산 스님과 몽골의 인연 덕분이다.
SNS통해 신도와 마스크 보내기 운동
몽골 우브르항가이에 20만 장 공수
진심 담은 국제 교류에 큰 보람 느껴
당시 심산 스님은 통도사 부산포교원 주지를 맡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일면식도 없는 몽골 여성이 찾아왔다. 러시아에서 독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몽골이 부산 동아시아경기대회에 보낸 선수단이 유니폼 등 장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 스님은 “타국에서 알음알음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어렵게 나를 찾아왔는데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며 “신도들과 합심해 몽골 서포터즈를 결성했고, 유니폼을 마련해 준 뒤 뜨거운 현장 응원까지 해 줬다”고 웃었다.
그렇게 몽골로 돌아간 이들은 부산 불교계의 지원을 잊지 않았다. 몽골올림픽위원회의 외국인 첫 훈장을 스님과 포교원에 선사하며 감사를 표했다.
한 번 맺어진 스님과 몽골의 인연은 동국대 몽골 유학생을 ‘유발 상좌(출가하지 않은 제자)’로 들이면서 거듭 이어졌다. 심산 스님은 “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간 상좌가 몽골 정계로 진출하더니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을 거쳐 결국 몽골 대통령 비서관으로 승승장구 중”이라며 흐뭇해했다.
그러다 올해 코로나19가 몽골을 덮치면서 상좌에게서 연락이 왔다. 몽골은 올해 초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방역에 애를 먹고 있었다. 스님은 “상좌가 올해 갑작스럽게 방역에 도움을 요청했다. 홍법사 SNS를 통해 신도들을 설득해 몽골과 인도에 마스크 보내기 운동을 시작한 건 그게 계기가 됐다”고 했다.
홍법사는 순식간에 1000만 원 가까운 성금을 모았다. 거기에 강원도에서 마스크 공장을 하던 한 독지가의 도움까지 더해지며 몽골로 보낼 마스크 24만 장이 모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꽁꽁 봉쇄된 하늘길을 뚫을 방법을 고민하던 터에 재외공관이 외교 행낭을 개방해 줬다. 그렇게 심산 스님과 홍법사는 지난달 5월 20만 장이 넘는 마스크를 몽골 우브르항가이에 보낼 수 있었다. 인구 1만 명 남짓한 우브르항가이 입장에서는 단비 같은 마스크였다.
심산 스님은 “국제 교류는 무엇보다 진심과 끈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동국대 시절에는 한의대 학생들과 몽골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세관에 약재를 압수당하는 등 험한 일도 겪은 스님이다. 그러나 심산 스님은 “진심을 담은 국제 교류는 언젠가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더라”며 “이번 마스크 지원으로 저와 신도 모두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미 스님은 10년 넘게 몽골 우부르항가이에서 ‘도전, 골든벨’ 이벤트를 진행해 현지 장학생에게 한국으로 초청하는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제 서서히 끝이 보이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현지 학생을 국내 의대로 불러들여 정식 의사로 만들어 귀국시키는 프로젝트까지 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나이 드신 보살님들은 지금도 법당과 불경을 고집하시지만, 이제는 종교도 변해야 합니다. 시대와 공감하지 못한 종교는 외면받고 도태될 뿐이니까요.”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