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손바닥 '왕(王)'자 논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왕(王)’이라는 글자를 보면 무슨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사람에 따라 여러 갈래이겠으나 대개 전제군주 시대의 최고 통치자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무소불위의 존재로 모두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권력자로 생각한다.

왕(王)이라는 글자 자체에 이런 의미가 담겨 있을까. 에는 왕(王)의 형상에 대해 하늘·땅·사람(天地人) 삼재를 관통하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한문학 최고의 권위자’로 꼽히는 일본의 시라카와 시즈카(1910~2006)는 왕(王) 글자의 초기 형태는 도끼(鉞)라고 설명한다. 죄인을 처형할 때 도끼를 사용하면서 왕을 상징하게 됐다는 것이다.

상고 시대 왕은 자연의 질서를 인간 생활에 적응시키기 위해 신을 받드는 선택된 자로 신성시됐다. 하지만 때때로 이런 역할 수행에 실패했다고 여겨지면 집단을 위한 고독한 희생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시라카와 시즈카의 )

상고 시대부터 이미 왕은 극과 극을 오갈 수 있는 양극의 존재로 여겨진 듯하다. 최고의 권력과 온갖 영화를 누릴 수 있는 반면 언제라도 집단의 희생물로 사라질 수 있던 존재가 곧 왕이었던 것이다. 최고 권력자를 이처럼 지위의 무거움과 역할의 두려움이 교차하는 지점에 올려놓은 의미가 심장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문명 시대에는 최고 지도자에 관한 모든 것이 상고 시대와는 완전히 달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그 역할의 막중함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의 기능이 확대 추세인 현대에는 최고 지도자가 보유한 역량의 중요성은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선거가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꼽히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금 차기 지도자를 뽑는 열띤 과정을 거치고 있다. 여러 명의 후보가 다양한 수단으로 국민 지지를 호소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 토론회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왕(王)’자가 쓰인 손바닥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지지자가 손바닥에 써 준 것을 없앨 수가 없어 그대로 놔뒀다고 하는데, 생뚱맞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을 왕으로 여기는 듯한 그 지지자에 후보도 은연중 마음이 동했다는 것인지…. 주술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대통령은 결코 왕이 아니다. 혹 왕이라고 쓰고 국민의 일꾼을 자처한다면 이는 국민에게 할 소리가 아니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