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 산하기관이 임대료 ‘갑질’ 자영업자 울려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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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설관리공단이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 입주한 상가의 임대료를 갑자기 큰 폭으로 올려 상인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는 소식이다. 원래 이 버스터미널의 운영권은 (주)부산종합버스터미널이라는 업체가 갖고 있었는데, 지난달 시설공단이 운영권을 넘겨받았다고 한다. 문제는 시설공단이 터미널 입주 상가 21곳을 대상으로 임대차 계약을 새로 체결하면서 상인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임대료를 전격 인상한 것이다. 어떤 상가에는 기존 임대료의 무려 4배를 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시설공단의 요구를 견디다 못해 계약을 포기한 경우도 여럿 발생했다고 한다. 상인들로서는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달리 없을 터이다.

시설공단 터미널 상가 임대료 대폭 인상
감당 못 해 쫓겨나는 상인들도 잇따라

해당 상인들이 하소연하는 사연을 들어보면 절절하지 않은 게 없다. 한 상인은 올 2월 월 60만 원의 임대료를 내기로 하고 터미널의 카페를 인수했는데 불과 8개월 만에 쫓겨나게 됐다. 월 매출은 220만 원 정도인데 시설공단이 요구한 임대료는 월 260만 원이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어 계약을 포기했지만 상가 철거와 원상 복구비까지 떠안아야 했다. 새로 계약을 맺고 남은 상인들이라고 사정이 나은 것은 아니다. 권리금이나 인테리어 비용 등 그동안 상가에 쏟아부은 투자금이 아까워 울며 겨자 먹기로 새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설공단이 상인들을 상대로 임대료 갑질을 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규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임대료 인상은 심심찮게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상인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리는 건 드물다. 시설공단은 원칙대로 감정평가사의 감정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임대료를 책정했는데 무슨 문제냐고 항변한다. 하지만 민간 업체도 아닌 공공기관이 그렇게 상인들의 처지를 나 몰라라 마냥 외면해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설공단이 요구한 임대료 인상 폭이 가게마다 차이가 크다는 점도 의문이다. 상인들이 감정평가 기준을 공개하라고 요구해도 시설공단은 해당 감정평가사가 판단할 문제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 원성을 누그러뜨려도 모자랄 판에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안 그래도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해 생계를 위협받는 형편이다. 지금은 억지로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눈물짓는 상인들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정부와 각 지자체는 이른바 ‘착한 임대인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상가 등의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면 세액공제 등 여러 혜택을 준다. 부산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운동에 동참하는 임대인에게 재산세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부산시 산하기관인 시설관리공단이 영세상인들에게 보탬이 되기는커녕 그들의 어려운 형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돈만 밝힌다는 비난을 듣고 있으니 탄식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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