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현장 가깝다며 서울역 인근 이사한 원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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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가 불과 2년간 사용할 임시 청사로 옮기면서 수십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로 확보한 ‘원안위 청사 이전계획’에 따르면 원안위는 기존 청사가 입주한 빌딩의 리모델링 계획에 따라 지난 7월 1.4㎞ 떨어진 서울역 인근 한 빌딩으로 이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사무실 공사비 14억 5400만 원, 이사 비용 7억 7400만 원, 청사 보증금 9억 7900만 원 등 총 33억 7000만 원을 썼다. 원안위 직원 125명이 일 년 동안 사용하는 기본경비 39억 원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 코로나19 같은 예상치 못한 일에 사용하라고 만든 국가 예비비를 이런 식으로 써서는 곤란하다.

원전 밀집 부울경으로 와야 마땅
타당한 청사 이전 계획 다시 세워야

부산은 2014년부터 ‘원안위는 원전이 있는 곳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부울경은 800만 주민이 거주하는 인구 밀집 지역이자, 세계 최고의 원전 밀집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만약의 원전 사고에 원안위가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원전 소재지로 와야 마땅하다. 원전해체연구소도 부산·울산 접경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기장군은 원안위가 오면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필요한 모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다. 원안위가 원전이 있는 지방으로 이전 계획을 세웠다면 막대한 혈세 낭비는 없었을 것이다.

원안위의 행태는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기관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원안위는 청사 이전 검토보고서에서 “원전 비상시 또는 인접국 방사능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서울역 인근 지역으로 청사를 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원전 비상시 원전과 가까운 지역에 있어야 상황 판단과 신속한 대처에 유리하다는 게 상식이다. KTX를 이용해 신속하게 이동하려고 서울역 인근에 사무실을 얻는다는 게 대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원안위 주장대로라면 KTX 부산역이 있는 부산으로의 이전도 못 할 이유가 없다. 서울 시내에 있을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도 억지로 고집하다 보니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까지 하게 된다.

최근 국내 원전 곳곳에서 수백 개의 철근 구조물이 드러난 채 가동되고, 격납건물 공극(작은 구멍이나 빈틈)도 전년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밀집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원전 구조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대해 원안위가 “보수공사를 마쳤고 안전상에 문제가 없다”고 무책임한 말만 반복하는 이유도 거리가 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원전 안전성 제고와 시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원안위는 서울이 아니라 원전 밀집 지역 인근에 오는 게 마땅하다. 앞으로 2년 뒤 원래 장소로 돌아갈 수도 있다니 너무 무책임한 발언이다. 임대 계약 만료 전에 타당한 청사 이전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원안위는 부산에 와야 한다. 행정편의주의에 매몰돼 원전 안전 문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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