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명 인사 탈세 ‘판도라 상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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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국왕,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 등 전 세계 전·현직 정·재계 인사와 유명 인사들의 역외탈세 내역이 담긴 ‘판도라 페이퍼스(문건)’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016년 유사한 내용의 ‘파나마 페이퍼스’ 공개 당시 이름이 오른 이들 일부가 사임과 수사에 직면하는 등 국제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지 5년 만에 다시 세계 지도자들의 위법과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문건 공개
블레어·푸틴 등 전현직 지도자 등장
이수만 SM엔터 회장 관련 의혹도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BBC 등 전 세계 117개국 언론인 600여 명이 참여해 전 세계 14개 금융회사로부터 유출된 1190만 개의 파일을 토대로 작성한 ‘판도라 페이퍼스’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등장하는 전·현직 정치인은 모두 336명으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안드레이 바바시 체코 총리,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 기예르모 라소 예콰도르 대통령 등 전·현직 국가 지도자 35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부패, 돈세탁, 글로벌 조세회피 등 여러 의혹에 직면해 있다.

이들이 조세피난처로 이용한 곳은 전체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를 포함해 스위스, 싱가포르, 키프로스 등 14곳이다.

‘판도라 페이퍼스’에는 압둘라 2세가 말리부, 캘리포니아에서 워싱턴, 런던에 이르기까지 1억 달러(약 1187억 원) 규모의 호화주택을 사들이기 위해 조세 피난처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또 부패 혐의로 오랫동안 비난을 받아온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들은 수억 달러 규모의 영국 부동산 거래에 은밀하게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주말 선거를 앞둔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도 나라 밖으로 빼돌린 비밀재산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블레어 전 총리는 부인 셰리 여사와 함께 구매한 31만 200파운드(약 5억 원) 규모의 런던 소재 부동산에 대한 인지세를 법적으로 회피했다. 반부패와 재정 투명성에 목소리를 높였던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가족과 파나마 내 비밀재단을 통해 혜택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전 세계 지도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측근과 연예인, 글로벌 기업의 수장과 억만장자 등 유명인들의 사례도 적발됐다.

푸틴 대통령의 아이를 출산한 러시아 여성이 모나코에 위치한 고급 주택을 비밀리에 사들였다는 내용을 포함해 콜롬비아 가수 샤키라, 독일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쉬퍼, 인도 크리켓의 전설 사친 텐둘카르의 사례도 문건에 포함됐다

한국의 경우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말리부의 고급 별장을 사들였다고 전했다.

ICIJ는 “해외에 자산을 보유하거나 국경을 넘어 사업을 하기 위해 유령 회사를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면서도 “전 세계 엘리트들이 판도라 페이퍼스를 통해 전 세계 시민들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숨기는데 사용된 비밀스러운 시스템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판도라 페이퍼스는 2013년 이후 우리가 폭로한 역외탈세 문건 중 가장 규모가 큰 문건”이라고 덧붙였다. 박태우 기자·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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