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단군 이래 최대 ‘아수라판’ 대선, 'PK 패싱’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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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우 정치부 차장

대선판이 온통 대장동 이야기뿐이다. 자고 나면 새로운 폭로가 터져 나오고, 채 규명되지 않은 의혹을 또 다른 의혹이 덮는 형국이다.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공익환수사업’이라던 대장동 개발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비리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당초 야권이 이 지사를 몸통으로 겨냥했던 이번 사건에 곽상도 의원 아들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까지 엮이면서 피아를 식별하기 어려운 메가톤급 시한폭탄이 됐다. 여든 야든 터지는 순간 대선은 끝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지경이다. 이번 대선이 단군 이래 최대 ‘아수라판’이 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안타까운 것은 여야의 악다구니 공방 속에 PK(부산·울산·경남)를 비롯한 비수도권 주민들의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분권과 균형발전 이슈가 맥을 못 추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후보들은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역민을 달래기 위한 립서비스일 뿐 좀처럼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 더 잘해낼 수 있을지 치열한 정책 경쟁과 차별화 노력 없이 기존에 나와 있던 ‘모범 답안’을 되뇌는 수준이다. 과감한 지방분권과 급진적 균형발전을 대선 이슈로 띄우고 나선 김두관 의원이 1% 지지율의 벽에 막혀 민주당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것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 의원 개인의 경쟁력 문제가 컸지만, ‘지역 이슈’는 ‘여가부 폐지’ 공약만큼도 대선판에 관심을 끌지 못했다.

PK 지역 사정은 한층 딱하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구속으로 ‘적자’를 잃은 PK의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세력은 수도권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이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가덕신공항 해결사를 자처하며 누구보다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컸던 이낙연 전 대표는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PK 대전’에서의 패배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에 몰리게 됐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 당시 “부산시민들의 은혜를 잊지 않겠다”던 국민의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울경에 밀집된 원전 문제에 관한 한 윤 전 총장의 입장은 강경하다. 경제성과 효율성 논리 앞에 이제 그만 원전 공포의 대물림에서 벗어나게 해달라는 지역민들의 목소리는 공허할 뿐이다. 홍준표 의원은 “지역민들을 희롱하는 실효성 없는 정책”이라며 부울경 메가시티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8월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 “이번 대선에서 중도층과 청년층, 수도권의 마음을 얻지 않으면 승리할 수 없다”고 ‘소신 발언’을 한 이후 대구에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다. 경남 진해 출신의 ‘PK 주자’로 기대를 모았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수도권과 TK(대구·경북) 표심을 겨냥해 “대통령이 되면 가덕신공항 추진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표변하면서 PK 조력자와 지지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역대 대선에서 PK가 이 정도로 정치적 변방으로 밀린 적이 있나 싶을 만큼 ‘PK 패싱’은 심각하다. 망국적인 지역주의는 경계해야 하지만, 5년에 한 번 서는 ‘대한민국의 큰 장’에서 지역 징치권과 시민들은 합당한 목소리를 내고, 정당한 지분을 받아내야 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하는 법이다. widen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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