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이야기] 다산·부귀 상징하는 과일… 염증 제거·변비 예방·혈압 관리 효과
가을 과일 석류
석류는 가을을 상징하는 과일 중 하나다. 불그스레한 열매가 탐스럽게 벌어지면 마치 빨간 루비처럼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과일이다. 과거에는 가을 논에 노랗게 익은 벼와 함께 빨갛게 익은 석류를 어디서나 볼 수 있었다. 1957년 9월 10일 에 나오는 ‘맑고 높푸른 구월의 하늘 아래 붉은 석류꽃이 어느덧 열매를 맺어 스며드는 가을을 상징하고 있다’는 표현이 과거의 풍경을 잘 묘사한다.
이광수가 박지원의 원작을 기반으로 쓴 소설 에는 ‘구월 그믐날 안성장날 류 진사 집에 왔던 선비가…내 돈 만 냥으로 안성에 들어오는 과일을 모두 사시오. 침감, 연감, 곶감이며 각색 배며 석류, 대추 할 것 없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조상들도 석류를 즐겨 먹었으며 석류가 추석 차례상 등에는 없어서는 안 되는 과일 중 하나였다는 걸 보여 주는 표현이다.
다산과 부귀를 상징하는 석류는 떡살에도 많이 쓰였다. 자손의 번영을 빌면서 석류 무늬가 새겨진 떡살로 절편을 만들었다. 석류 껍질을 말려 두었다가 끓여 설사를 다스리는 약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석류를 다산과 부귀의 상징으로 여긴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었다. 고대 이집트와 이스라엘에서도 석류를 번영의 상징으로 여겼다. 동방정교회에서는 달콤한 천국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다.
그리스에서는 석류를 ‘죽은 자의 과일’로 생각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사랑을 받았던 아도니스가 죽었을 때 그의 피에서 솟아난 과일이 석류였다. 석류 씨가 피처럼 붉었기 때문에 이런 신화가 생겼을 것이다.
석류는 그리스 신화의 다른 내용에도 등장한다.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하데스에게 납치당한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다. 대지의 어머니 데메테르의 딸인 페르세포네는 지하세계를 떠날 기회를 잡았지만 하데스의 꾀에 빠져 석류 한 알을 먹는 바람에 1년 중 일정 기간을 그곳에서 살아야 했다.
오래전부터 전 세계 곳곳에서 즐겨 먹었을 정도로 석류는 건강에 좋은 과일이다. 날로 먹어도 맛있고 주스로 갈아먹어도 맛있다. 석류 씨는 물론 씨를 둘러싸고 있는 하얀색의 말랑한 가종피에는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 성분이 많아 건강에 매우 유익하다.
석류에는 안토시아닌이라고 불리는 항산화 성분이 있다. 루비처럼 빨갛게 빛나는 색을 만드는 성분이다. 안토시아닌은 인체의 염증을 제거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빨간 포도주와 녹차에 들어 있는 항산화 성분보다 3배 이상 많다.
석류는 내장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석류에 있는 섬유질은 셀룰로스와 리그닌이다. 두 성분은 불용성 섬유질이다. 성질이 변하지 않은 채 내장을 통과한다는 뜻이다. 두 섬유질은 소화되는 대신 변에 수분을 공급해 밖으로 잘 빠지게 한다. 장 기능을 활성화시켜서 복부 팽창이나 변비 같은 소화기성 문제를 예방해준다.
하루에 석류 주스 반잔을 마시면 섬유질 3.5g을 섭취할 수 있다. 하루 필요량의 10%에 해당한다. 요구르트나 시리얼 등에 석류 씨나 주스를 섞어 먹으면 더 많은 섬유질을 섭취할 수 있다.
석류에는 칼륨이 많아 혈압을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큰 석류 하나에는 칼륨이 666mg이나 들어 있다. 하루 칼륨 필요량의 20%에 해당한다. 칼륨은 혈관을 이완시켜 원활한 혈액 순환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높은 혈압을 낮출 수 있다. 석류는 당뇨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석류에 있는 포니칼라긴 산과 엘라그 산은 항당뇨 작용을 한다. 남태우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