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올려 주는 바다장어의 힘…깊이 더해 주는 사흘 숙성의 맛
부산진구 연지동 장어마을
바다장어탕을 정말 잘한다는 추천을 듣고 달려간 곳이었다. 명불허전이라고 장어탕 하나만으로도 부산에서 내로라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장어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으면서 깊어가는 가을처럼 먹을수록 깊고 그윽한 느낌이 짙어지는 아름다운 맛이었다.
무더운 여름에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달려간 곳은 부산진구 연지동 국립부산국악원 뒤편에 있는 장어마을(대표 장금영)이었다. 경북 군위 출신인 장 대표는 식당에서 15년 동안 일하면서 고생 끝에 음식 기술을 익혔다. 주방장 어깨너머로 몰래 각종 조리법을 눈여겨보며 기술을 하나씩 배운 덕분이었다. 식당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직접 가게를 차린 것은 9년 전인 2012년이었다. 장어 식당에서 오래 일했기 때문에 장어를 주 종목으로 골랐다.
두 번 끓인 장어탕 사흘간 냉장 숙성
장어 대가리 더해 고소하고 깊은 맛
살코기 없어 비린내 전혀 안 나
바다장어·곰장어 양념구이도 별미
종전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할 때 성실성을 높이 산 손님들이 새로 차린 가게로 찾아와 준 덕분에 장사는 처음부터 꽤 잘됐다. 장 대표는 “동네 손님도 있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2018년에는 오랜 단골인 한 부부가 ‘친정 고향 같은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맛있는 음식을 오랫동안 제공해줘 고맙다’면서 감사패를 증정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가게 입구에 감사패를 자랑스럽게 진열해 놓았다.
장어탕은 온전한 바다장어(붕장어·아나고) 2.5kg에 몸통을 떼어낸 장어 대가리 2.5kg을 섞은 뒤 된장을 넣어 2시간 30분 동안 끓인다. 대가리를 추가로 넣어 끓이기 때문에 더 고소하고 깊은 맛이 우러난다. 다 끓인 장어는 기계로 간 다음 손님들이 먹기 편하게 뼈를 체로 걸러낸다. 여기에 고사리, 토란, 시래기, 대파, 숙주, 부추를 순서대로 넣어가면서 다시 끓인다. 다 끓인 장어탕은 하루 동안 식힌 뒤 냉장고에 넣어 급랭시켜 사흘 동안 보관한다.
장 대표는 “처음에는 다들 너무 멀겋다고 혹평했다. 고기와 채소 맛이 제대로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흘동안 숙성시켜 보니 가장 좋은 맛을 냈다”고 말했다.
냉동한 장어탕을 꺼내 땅콩, 들깨, 콩가루를 넣어 손님에게 내놓는다. 장어탕은 진한 된장을 탕으로 끓인 것 같기도 하고 남원식 추어탕 같기도 하다. 살코기가 전혀 없어 비린내는 하나도 나지 않는다. 아주 구수하고 깊은 가을 같은 분위기가 가슴까지 와 닿는 느낌을 준다.
장어마을에서는 바다장어와 곰장어(먹장어) 소금·양념구이도 판매한다. 바다장어 구이용 양념은 사과, 양파, 마늘, 고추장, 매운 고춧가루, 일본식 간장 양념, 생강, 흑설탕, 물엿을 넣고 섞어 냉장고에서 숙성한다. 양념은 약간 매콤하고 고기는 부드럽다.
곰장어 구이용 양념은 바다장어 구이용 양념과 조금 다르다. 멸치, 양파, 다시마, 무, 새우를 넣어 끓인 맛국물에 고춧가루, 소주, 콜라, 고추장 등을 넣어 숙성한다. 여기에 마늘, 참기름, 후춧가루도 넣는다. 껍질을 벗긴 곰장어도 잡냄새나 비린내 없이 고소하다. 곰장어는 서해안 흑산도에서 잡아온 고기를 사용한다.
장어마을에서는 밑반찬을 직접 만들어 손님에게 내놓는다. 고추는 전남 해남 고추를 사용한다. 손맛과 정성이 들어간 덕분인지 생김치와 총각김치는 꽤 맛있다.
장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지역 독거노인 등을 대상으로 쿠폰 제공 등 음식 봉사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했다. 그는 “음식에 정성을 담으면 손님들이 알아준다. 코로나가 어서 사라져 다시 봉사활동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어마을/부산 부산진구 연지로 20. 051-908-3355. 장어탕 7000원, 바다장어 구이(1인분) 1만 4000원, 곰장어 구이 3만 3000~5만 5000원.
글·사진=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