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35) 한국의 정서와 빛의 환희, 김형대 ‘후광 02-1025’
김형대(1936~) 작가는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연세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그는 회화와 판화에 천착해 50여년간 추상의 외길을 걸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화폭에 담는데 주력했다. 김형대는 1961년 제10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 앵포르멜 계열의 작품인 ‘환원B’를 출품하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상을 차지했는데, 이는 한국미술사에서 추상미술 작품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첫 사례였다.
작가는 서울대 재학시절부터 인물과 풍경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추상회화를 그려 나갔다. 기성 화단에 대한 저항 의식으로 벽동인(壁同人) 멤버로도 활동했다. 이후 김형대는 화업 50여 년간 일관되게 추상의 세계를 탐구해왔다. 작가는 가시적인 현실을 화면에 재현하기보다는 한국의 또 다른 단층인 정신과 고유의 색채를 현대적 맥락의 추상성을 통해 간접적으로 재창출하고 표현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김형대의 초기작은 간결한 선과 면이 모여 회오리처럼 역동적인 흐름과 두꺼운 마티에르를 특색으로 하는 ‘생성’ ‘환원’ 시리즈 제작에 몰두한다. 70년대에 들어서 한국 고건축물의 부재와 단청 등에서 발견한 전통미를 자신만의 추상적 언어로 승화시킨 ‘심상’시리즈를 선보인다. 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는 이전 작품에서 보였던 율동적 흐름은 화면 뒤로 감추고, 배후에서 우러나오는 단색조의 광휘를 추구한 ‘후광’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김형대 ‘후광’ 시리즈의 특징이 여실히 드러나는 ‘후광02-1025’를 소장하고 있다. 작품 화면에 전통 포목이나 물결, 창호 등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안료가 마르기도 전에 일정한 빗질을 가해 일률적인 선이 반복된다. 빗질로 생겨난 표면의 돌출된 마티에르와 긁힌 부분 사이로 아래층의 색이 은은하게 배어나오다. 배어나온 색은 화면 전체를 메운 연파랑색과 연분홍색이 조화롭게 어울려져 빛을 발산한다. 이 빛은 마치 한지와 비단 등을 투과하는 은은하고도 부드러운 빛과도 같으며, 작가는 이러한 표현을 통해 무한의 시공간에서 한국의 정서와 빛의 환희를 표현하고자 했다. 박효원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